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은 “박하준” 선생님이셨다. 아버지와 연세가 같아서 친구이셨다. 그의 장남은 나의 친 형과 동창이기도 했다. 준수하게 생기신 선생님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반 담임을 마친 후에 서울로 전근을 가셔서 계속 서울에서 사셨다.
엄격한 삶의 자세를 가르치셨지만 인자한 성품이 우리를 재미있고 밝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40대 초반이셨던 선생님은 이미 교사로서 베테랑급이셨을 시기였기 때문에 갓 입학한 우리를 아주 잘 다루셨다. 선생님은 늘 호두(껍질채) 두개를 주먹에 쥐고 주먹안에서 호두를 굴리는 습관이 있었다. 손이 저리셨는지, 아니면 운동삼아 하셨던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언젠가 “나중에 너희들에게도 호두를 줄께”라고 약속을 하셨는데, 그 약속이 지키지 않고 전근을 가셨다. 나는 그 호두를 받을 약속을 초등학교가 끝날 때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호두를 받겠다는 설렘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려고 검색해 보니 사진이 몇장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 뒤로 고향을 찾은 선생님을 한두번 뵌 적은 있지만, 내가 진도를 떠난 후에는 한번도 뵙질 못했다. 아마도 고향이 용장성이 있는 용장리이기 때문에 간혹 진도에 방문을 하실 듯 하지만 뵐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선생님의 장남도 교사였는데, 현재 교장선생님으로 재직 중으로 알고 있다. 늘 건강하시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