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45] 욕지

By | 2014년 9월 18일

욕지내가 보기엔 요즈음의 아이들이 우리가 자랄 때 보다 욕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의 절반이상이 욕인 학생들도 있다. 특히 중학생들, 그것도 여중생들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욕지“라는 것이 있었다. 선생님 도장이 찍힌 종이 조각이다. 학생들은 욕지를 10장씩 받는다. 그리고 친구가 욕을 하면 바로 “욕지!”를 외치면서 한 장을 빼앗아 온다. 욕을 많이 한 친구들은 가진 욕지가 점점 줄어 들고, 욕하는 친구를 지적한 학생은 욕지가 늘어간다. 일주일에 한번 욕지 검사를 한다. 그러면 누가 일주일동안 욕을 가장 많이 했는지 알게된다.

때로는 다툼이 되기도 하고, 덩치가 크고 힘이 쎈 친구들은 우격다짐으로 욕지를 지켜낸다(?). 때로는 장난스럽지만, 때로는 심각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욕은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게 되었었다.

우리 때도 욕을 잘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지금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욕을 많이 배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친구로 부터 배우는 욕이 많다. 그런데 당시에 욕을 많이 하는 친구들 중 부모의 영향으로 그런 친구들도 있었다. 어느날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쓰는 욕을 똑같이 쓰는 친구의 엄마를 보았다. 어린 눈으로도 정말 신기했다. 친구가 쓰는 욕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이 말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국어나 수학이 아니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지혜와 방법, 그리고 태도들을 배웠던 것 같다. 요즈음 아이들이 4-50년 뒤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드는 세상이다.

요즈음 욕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렸을 때의 귀한 추억인 “욕지”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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