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48] 시단이

By | 2014년 9월 19일

시단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반 여자아이의 이름이다. 성과 이름이 “고시단”이다. “~단이”는 여자아이에게 붙이는 어미사이다. 큰년, 작은년(간뎃년), 시단이, 니단이, 오단이,…. 이런 식으로 딸들을 순서대로 부른다. 그렇게 부르던 것이 이름이 되기도 한다. 내 동창 중에는 시단이 뿐만 아니라 오단이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장마가 한창이던 방학하는 날이었다. 선생님께서 교무실에 간 사이에 한 학생이 대변을 보고 말았다. 가장 앞줄에 앉은 진호(가명, 실제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였다. 나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나이가 더 적었는지 키도 작고, 발육도 느린 친구였다.

당시에 반장이었던 내가 의자밑에 떨어진 대변을 치우고, 시단이가 진호를 데리고 교사뒤편 도랑으로 갔다. 도랑에는 장마로 인해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이 도랑은 뒷쪽에 약간 높이 위치하는 관사쪽에서 주로 흘러내려오는 물이 모아지는 도랑이다. 대변을 치우고 도랑가로 간 나는 시단이가 진호의 항문과 엉덩이 주변을 물로 씻어 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엄마가 아이를 씻기는 듯 하였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나의 뇌리속에 깊이 박혀있다. 쪼그려 앉은 두 아이의 뒷모습과 도랑의 모습이 선명하다. 물론 시단이가 훨씬 더 컸다. 아마도 우리반에서 큰 편에 속하였다. 추측컨데 8살에 입학한 것이 아닌 9살 정도에 입학한 것은 아니었을까?

시단이는 1학년 말엔가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 뒤로 시단이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녀를 기억하는 동창들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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