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68] 꿀벌 이야기

By | 2014년 9월 22일

우리집 뒷에 있는 텃밭엔 꿀벌통이 있었다. 4-5개 정도 놓여 있었다. 벌통 주변엔 항상 벌들이 날아다녔다. 텃밭에 유채꽃이 필 때면 벌들이 더 많이 날아 다녔다. 벌통은 나무로 되어 있다. 뚜껑을 열면 그 안에 세로방향으로 집어 넣은 여러개의 벌집이 존재한다. 거기에 벌들이 붙어 있다.

그 벌통 중 하나에 여왕벌이 있다. 아버지는 어느 통에 여왕벌이 있는지 알고 계셨다. 나는 나무가지로 벌통을 때리고 도망가는 일을 종종했다.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에 꿀벌을 놀리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건들이고 나서 바로 도망을 간다. 부엌쪽으로 도망가서 문을 닫고 반대편 마당까지 잘 도망을 가야 한다. 스릴넘치는 일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부엌 뒷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는데 마당까지 도망을 잘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따라온 벌에 머리를 온통 벌에 쏘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개구장이 짓은 자주 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난 꿀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계절은 기억이 안나지만 정기적으로 꿀을 수확했다. 꿀을 빼내기 위한 기구가 있다. 큰 원통이고 여기에 벌집 여러 개를 동시에 옆으로 세워서 넣은 후 윗쪽에 달린 핸들을 돌리기만 하면 꿀이 아래로 쏟아진다. 그것을 통의 아래쪽에 있는 밸브를 열기만 하면 병에 꿀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 단계인 벌통에서 벌집을 꺼낸는 일은 쉽지 않다. 모기장으로 만든 모자와 장갑을 껴고 연기를 뿜어서 붙어 있는 벌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이 과정에서 벌들을 흥분시키면 안되기 때문에 어른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작업을 한다. 아이들은 근처에 못오게 하지만 어찌 그게 맘대로 되겠는가? 호기심에 자꾸만 근처에 가곤 했다. 물론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꿀을 수확했다. 어디다 파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족이 먹을 꿀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누어줄 정도의 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에는 꿀이 항상 있었다.

문제는 간혹 터지는 여왕벌의 탈출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왕벌이 탈출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여왕벌이 날아가서 붙는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다. 우리 뒷집과 텃밭 사이에 있는 나무였는데 꼭 그 나무에 달라 붙는다. 그런 일이 생기면 어른들은 꿀을 수확할 때의 복장으로 여왕벌에 다가간다. 일벌들이 흥분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벌집에 영왕벌을 옮기는 작업을 한다. 여왕벌만 벌집에 옮기고 나면 일천마리(아니 수만마리가 될지도)의 일벌들은 그냥 벌집으로 되돌아 간다.

이 일을 할 때의 아버지는 매우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일을 하셨는데, 많이 긴장하시곤 했다. 철없는 아이들은 그것이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