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83] TV 보기

By | 2014년 9월 22일

내가 장언리에서 살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따라서 TV나 냉장고가 있을 수가 없었다. TV는 읍내에 가면 이모집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2, 3학년 때 쯤 금골리 옆에 안농리에 TV가 나타났다. 월남전에 파병된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사온 TV들이었다.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경운기 배터리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충전은 낮게 경운기에서 하고, 밤에는 TV와 연결해서 TV를 보았다.

그런데 그 TV시청이 공짜가 아니었다. 처음엔 5원인가 했다. 그러던 것이 10원으로 올랐다. TV를 보기 위해선 장언리에서 안농리까지 가야 했다. 주로 일요일 밤 MBC에서 하는 권투를 보기 위함이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동생을 데리고 안농리로 갔다. 동생을 데려간 이유는 돌아올 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복싱에 별로 관심이 없고, 초저녁잠이 많았던 동생은 TV를 보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그러면 TV시청을 끝내고 깨워서 데리고 와야했다. 그러한 번거러움보다 혼자 올 때의 무서움이 더 컸기 때문에 계속해서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어떤 때는 TV 주인이 우리를 빨리 쫓아내곤 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그랬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은 없고 우리만 있을 때면 권투만 끝나면 바로 TV를 꺼버리곤 했다.

사실 그 때는 “얼마에 몇시간을 본다”라는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찍 TV를 꺼버리면 내내 속상해 하곤 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그런 날에 집에 와서 투덜대던 내 모습을 이야기하곤 하신다.

당시 보러갔던 프로그램은 “MAB 권투”를 비롯하여 프로레슬링, 축구, 등 운동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집에 TV가 생긴 것은 금골리로 이사를 간 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우리집 TV가 생긴 것이다. 아마도 대한전선에서 나온 다리 네 개가 달려있고, 앞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TV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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