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84] 도룡뇽 알 죽이기

By | 2014년 9월 23일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난 학교의 수돗가가 아닌 큰 절로 올라가는 길목입구에 있는 우물(“윤시평 선생님” 이야기에서 잠깐 나오는)에서 물을 마신 적이 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서 시원하게 마신 후에 훤히 들여다 보이는 우물의 돌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다.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저런 이끼가 낀 우물의 물은 깨끗할까?”라고 말이다. 학교의 수돗가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꼭지를 틀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두레박을 써야 하는 우물에 이끼라니 마음속에 계속 걸렸다.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식구들의 반응이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우물에 도룡뇽이 산다”, “아무래도 도룡뇽 알을 먹었을지 모른다”, “도룡뇽 알이 배속에 자랐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도룡뇽 알이 부화하기 전에 빨리 죽여야 한다”는 둥 여러가지 말을 꺼냈다. 겁이 많았던 아이는 아빠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쭈었다.

아버지도 심각한 얼굴을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까스할명수를 주었다. 조금은 의심스러웠지만 “도룡뇽 알을 빨리 소화를 시켜서 녹여 버리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에 그렇게 했다. 그렇게 까스할명수를 먹고나니 온 식구들이 재미있어 웃고 난리가 아니었다.

내가 속은 것이다.

장이 약한 나는 배탈이 잘 나는 편이라 밖에서 물이나 음식을 함부로 먹지 않는 편인데, 이끼가 낀 우물의 물을 마시고 걱정하고 있었으니 놀림감이 된 것이다. 걱정스런 얼굴을 한 나를 놀리는 재미가 얼마나 솔솔했을까? 어느 여름날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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