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학 총론

By | 2015년 8월 11일

의학과 1학년의 2학기 시작 과목은 “생애주기(生涯週期)”이다. 생애주기는 한 인간이 잉태하여 발생과 발육과정을 거친 후, 출생 후 성장하고, 더 나아가 노화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배우는 학문이다. 이 과목은 해부학교수, 소아과교수, 정신과교수, 재활의학과교수가 참여한다.

해부학교수들은 “발생학(發生學)”을 강의한다. 생애주기 첫 4일간 발생학을 가르친다. 주어진 시간은 17시간이다. 그 중 6시간은 총론부분이고 나머지는 각론부분이다. 나는 총론부분만 강의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배아의 발생과 태아의 성장 과정을 강의한다.

학생들에겐 155장의 슬라이드(위그림)가 주어진다. 시간 당 슬라이드 장 수는 26장 수준이다. 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내 강의 슬라이드 장수는 243장이다(아래그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안과 내용은 똑같다.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해 부분적인 확대나 반복을 위한 작업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짧은 여름방학을 통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학생들에겐 힘든 시간임이 분명하다. 발생학의 가장 어려운 점은 “발생학용어”와 “삼차원적 구조로 이해하기”이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수많은 해부학용어들은 발생학에서 거의 쓸모가 없다. 완전히 새로운 용어를 배우는 것이다(그러나 해부학적 지식이 기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어제 3시간(2~4교시), 오늘 3시간(1~3)을 강의했다. 어제 첫시간에는 발생학의 기초적인 용어들과 수정이후의 접합자의 분할과 주머니배의 발생 그리고 착상, 과정을 공부했다. 양막과 융모막의 발생, 세겹배아 등을 강의했다. 두번째시간에는 양막, 배아원반, 배꼽소포, 융모막과 융모막주머니 등의 발생과정을 가르쳤다. 그리고 마지막시간에 종자틍형성, 척삭돌기와 요막, 신경배와 몸분절의 발생, 배아속체강의 발생, 융모막융모의 후기발생 등을 강의했다.

오늘은 세시간동안 첫시간은 배아의 주름형성과 배아나이 4~8주 사이에 보이는 특징들, 배아나이 추정 등을 강의했다. 두번째시간은 배아에서 태아로 넘어가는 9주째부터 강의가 시작되는데, 주로 외형의 특정변화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시간에는 태반과 태아막에 대한 개념을 알려준다. 태반의 형성과정은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여기에 쌍둥이의 과정을 다룬다. 그냥 일란성이니 이란성이니 하는 수준의 강의가 아닌 정확하게 발생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 놀라운 쌍생아의 발생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6시간의 강의가 강의를 하는 내 입장도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철저하게 50분 강의, 10분 휴식을 고수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들이다. 더구나 어제와 오늘 새벽에는 새벽기도 특송(교수선교회. 학원선교회 연합)이 있는 날이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강의 자체가 더욱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학에 완전히 몰입하여 강의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용어가 어렵기 때문에 몇몇 단어는 6시간 강의되는 시간에 수십번, 아니 100번 넘게 반복한 단어도 있다. 그렇게 반복을 해주는 용어들이 학생들에겐 새로운 용어로 들릴 수 있겠다 싶은 순간도 있다. 강의자로선 힘빠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지 않고 수업을 경청해 주었다.

나의 2학기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 thoughts on “발생학 총론

  1. 김은영

    의학은 아무나 하는 공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요.
    이렇게도 복잡하군요.
    이보다 복잡한 것들이 더 많겠죠?
    2학기도 건강과 좋은 학기가 되십시오.
    >> 케이프타운에서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ㅋㅋㅋ 말씀하신대로…
      의학은 누구나 할 수는 있으나…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요즈음은 사명 보다는 직업으로서의 의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서….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의학을 배우는 의학도들은 대부분 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기에 기대를 해 보는 것입니다. ㅋㅋ

      발생학은 학생들에게 참 어려운 학문인 것은 확실합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