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진로선택

By | 2015년 10월 30일

의대생들은 졸업하면 의사밖에 할 것이 없을까? 오래전에 신문기사에 이런 제목이 실렸다. “의대처럼 결말 정해진 게임은 싫다. 그래서 공대로 갔다“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과연 의대를 나오면 의사밖에 할 것이 없는 것일까? 또한 기초의학을 전공하면 기초의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 외에는 길이 없을까?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의대를 졸업하면 대부분 수련의 과정을 밟는다. 즉, 인턴과정과 레지던트과정이다. 요즈음은 일반의(GP, feneral physician)로 병원을 개업하거나 취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는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답은 쉽다.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과의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기과”라는 것과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여건(대학성적이나 국가고시성적 등)이 되느냐?”하는 것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기과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소위 요즈음 돈을 잘 버는 과를 말한다. 수련과정이나 수련 후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개업해서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과가 인기과이다. 문제는 이 인기과라는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의료환경이 사회적 환경과 맞물려가기 때문이다. “인술”이라고 표현되는 의료행위가 이런 사회적 잣대에 따라 그 인기도가 바뀌는 현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임상의가 되어서 전문의과정을 거친 후 전문의로서 살아가기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한국사회에선 남자들은 군대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문의를 취득한 경우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공보위)로 가게 된다. 그렇게 전문의과정과 군대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서도 다시 종합병원에서 전임의(fellow라고 말하는)를 하기도 한다. 요즈음은 이 과정이 마치 필수적인 것 처럼 인식될 때가 있다. 그 다음에 개업을 하던지 종합병원에 취직을 해서 봉직의로 의료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하나의 트랙은 임상교수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임상교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석/박사 학위도 필요하고 논문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위해 대학원도 다녀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만큼 의사가 된 이후에도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아무튼 글로 단순하게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과정들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의대를 졸업한 일부는 기초의학을 전공하게 된다. “기초의학전공=기초교수가 되는 것”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기초의학(기초의학이란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법의학 등을 말한다. 병리학은 임상과 기초 의학을 겸하고 있다)을 전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초의학교수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의학을 배우는 것이 바로 “직업으로의 연결”을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의 진로가 매우 편협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임상의학이던지 기초의학이던지 간에 그렇다. 특히 기초의학를 전공하면 기초의학교수가 되는 것이 기본적인 진로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직업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나서, 전문의과정을 밟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의과학자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의료정책을, 어떤 이는 의철학을, 어떤 이는 의학교육을, 어떤 이는 자연과학을, 어떤 이는 제약회사에서, 어떤 이는 의학전문기자로, 어떤 이는 보건계열의 공무원으로, 어떤 이는 군인으로 살아간다. 물론 이것도 직업인으로 의사의 모습이다.

아래 그림에서 학부를 마치고 의사면허증을 취득한 후 석박사통힙과정이나 석/박사과정을 마친 기초의학자가 꼭 기초의학교수가 되지 않고, 또 다른 진로는 없을까? “기초의학을 전공한 후 기초의학교수가 된다”라는 공식은 오히려 이 분야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을 제한하는 정책일 수 있다. 오히려 기초의학을 전공한 후에 수많은 진로의 기회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

의대를 졸업해서 의사가 되고 기초의학자가 되어, 병원장이나 봉직의, 임상교수나 기초교수로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문기사에 그렇게 뻔히 정해진 진로가 의사의 진로인 양 이해하거나 인식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수많은 길들이 있다. 그 길이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인생에서 의사로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 길은 결코 정해진 길이 아니다. 스스로 개척해 가면서 성취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저 의사면허증과 전문의면허증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는 삶인 것이다. 그런 길은 아무나 가지 않는 길이기에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마져도 그 길을 외면한다. 그저 면허증으로 먹고 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사들이 단지 직업으로서의 의사의 삶을 살아간다면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이 없이 그저 돈 잘버는 직업 중 하나가 되어 버릴 것이다.

“어떤 의사가 되겠다”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냥 면허증가지고 편하게 돈버는 직업인이 아니라(의사는 결코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 아니다)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는 그런 의사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직업관에 대한 철학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저 그 중심에 “돈”만 존재하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의 직업관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된 이유의 배경에는 “부모”들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저 위에 있는 신문기사의 제목이 적절해 보인다(이전 글에서는 저 제목이 거슬린다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외부에서 의사의 트랙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의사들이 되길 소망해 본다.

4 thoughts on “의대생들의 진로선택

  1. 김은영

    동감입니다.
    의대 졸업 후 돈 잘버는 의사말고도 다른 길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고 더 다양한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체 게라바라, 프란츠 파농, 데이비드 리빙스턴 처럼 세상을 바꾼 의학도 출신은 많습니다.
    공부를 많이 해 두면 길은 넓어 보이고 기회는 더 많습니다.
    편협함을 버리고 넓게 보는 것.
    그 안에 또 다른 길들이 있지 않을까요?
    지난 주, 한국에서 온 의대생 두명과 다니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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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말씀하신대로 공부를 많이 해두면 더 넓은 길이 보이는데…
      학과 공부하기에도 먹찬 상황이고…
      현재의 문제는…. 의전원생들의 나이가 좀 많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학습성취도가 떨어지는 이유에다가….
      안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분위기가 의대쪽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 같습니다.

      의대나오면… 의사
      약대나오면… 약사
      공대나오면… 공사..
      농대나오면… 농사….
      인문계나오면…. 아사… 라는 우슷개소리가 있습니다만…
      이러듯 우리사회면 편협하고 단순한 논리가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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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다기린

    추천! 을 누르려는데 페북에 로그인 하라고 하여 그냥 댓글을 씁니다. ^^ 3월 중앙일보에도 저 기사와 비슷한 – ‘의대 아닌 공대’ 선택한 서울대생 115명-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지요.
    스무살은 널리 알려진 뻔한 길이 아니라 ‘길’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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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비단 의대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겪는 과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안정된 직장”의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죠.
      저는 그것이 “부모들에 의한 학습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안타까운 사회현상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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