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처럼 결말 정해진 게임은 싫다?

By | 2015년 3월 27일

우리 사회는 획일성향이 강하다. 이름하여 “Me-too-ism”의 사회이다.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매우 강하다. 남들도 하니 나도 한다라는 생각들이다. 남들과 다르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의 시선일까? 공부를 한다싶으면 의대에 진학한다. 얼마전 뉴스에 “의대와 이공계 양쪽에 합격한 학생 중 115명이 이공계를 택했다”라는 뉴스가 있었고, 오늘 아침 조선일보 종이신문에 다시 뉴스화되었다.

뉴스의 제목은 “의대처럼 결말 정해진 게임은 싫다, 그래서 공대로 갔다“이다. 한쪽으로의 쏠림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현상에 대한 찬사일까?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이런 뉴스를 왜 올렸는지, 쓰는 사람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신문은 소식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그 정보가 지식으로 전달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 제목은 사회적 편견이고 선입관이다.

이 제목의 내용은 결국 “의대생은 모두 임상의사가 된다”이다. 그렇지 않다. 어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의과학자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의료정책을, 어떤 이는 의철학을, 어떤 이는 의학교육을, 어떤 이는 자연과학을 전공한다. 요즈음 의대생들의 진로가 획일적이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것은 의료계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사회의 병폐이다.

나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를 포기하고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에는 박수를 보낸다(아이쿠, 부모님들이 보면 나를 욕할지도 모른다). 똑똑하게 태어났거나,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하게 된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뉴스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덧붙인다. 의대는 결코 결말이 정해진 게임방이 아니다. 세상의 과학은 결국은 그 중심에 “인간(human being)”이 있어야 하고 그럴려면 “의학(medicine)”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학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폭넓는 분야가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획일적인 진로만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고 편한 넓은 길만 보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길들이 있음에도 보지 못할 뿐이고, 본다고 해도 외면한다. 왜냐하면 그 길은 외롭고 힘든 좁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 외롭고 힘든 좁은 길은 의학을 공부한 의사나 의학자만이 갖는 참된 삶의 가치가 놓여있지만 그것을 보지 못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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