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에 얽힌 이야기 하나

By | 2016년 4월 8일

대학에 다닐 때 나는 교회에 첫발을 딛었다. 그리고 교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던 무렵 “다윗의 후손들”이라는 찬양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거기에 한 여학생이 가입을 하게 되었는데 말수가 적었다. 조금은 특이한 곳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어느 주일날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교회마당에서 그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는데, 얼핏 보니 그 여학생의 언니와 엄마였다. 잠시 보자고 해서 교회근처에 있던 지하다방(당시에는 다방이라고 불렀다)으로 갔다.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그 언니가 말을 꺼낸다.

“의대생이라면서요? 짧게 질문할게요. 저희 OO이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나요? 아니면 그냥 친구 사이로 사귀나요?”라고 질문한다. 순간, 나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저는 OO씨와 한번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는데요. 같은 찬양팀에서 활동은 하지만 절대로 사귄 적이 없어요. 저는 여자친구가 있어요.”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다. 순간 그 엄마와 언니는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순간,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지나면서부터였다. 그 여학생이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 정거장에 서 있는 것이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횟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 때 비로서 전에 내게 보내왔던 편지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사실 편지는 왜 편지를 썼는지 알 수 없는 정확한 전달내용이 없는 편지라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순간 섬짓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다른 문제는 그 무렵부터 전화도 오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전화로 전화가 계속 왔다. 당연히 여러 가족이 사용하는 집전화라 전화가 울리면 누구든지 전화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내가 받으면 말을 하는데, 다른 가족이 받으면 아무런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되었다. 또한 내가 집에 도착할 무렵에 전화가 온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버스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나는 내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선 내리지 못하고,  이전 정거장이나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야했다. 때로는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승강장에 있나없나를 확인하며 가는 일은 하나의 스트레스였고, 공포였다. 그게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대학에서 조교로 일을 하면서 결혼을 했고,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전주로 이사도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이후로도 수많은 편지가 교회로 왔었다고 한다. 절친한 후배(지금은 목회자로서 교회에 시무 중)가 중간에서 다 정리를 해주었다고 한다.

어제 인터넷 카페에서 글을 읽다가 ‘스토킹’이란 단어가 튀어 나와, 그 때 일이 떠올랐다. 오늘 그 여학생의 이름은 떠오르는데 성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내도 그 여학생의 이름만 기억할 뿐 성은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과 눈빛 등은 모두 생각난다. 나보다 나이가 2~3살 정도 적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내가 느꼈던 공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할까 봐서 두려워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스토킹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의 삶은 매우 황폐해진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그녀가 잘 치료되어서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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