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주차테러

By | 2016년 8월 2일

아내의 차량은 푸조 208이라는 소형차이다. 옵션도 하나도 없다. 후방감지기도 딜러가 달아준 것이고, 네비게이션은 더욱 더 없다. 그냥 깡통차이다. 이 차량은 1.4디질엔진이다. 시끄럽기까지 한다. 그냥 귀여워서 구입한 차량이다. 함께 고민했던 차는 쥬크(Juke)였다. 몇백만원 더 비싼 탓에, 그리고 아내가 장거리 출퇴근을 예정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선택한 차량이다. 지금까지 아내는 이 차량을 잘 타고 다녔다. MCP라는 조금은 이질감이 드는 미션 때문에 언덕길에서 뒤로 밀리거나 차가 힘차게 나가지 못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만족하며 타고 다녔다.

2주전에 운전석쪽 유리창의 모터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받은 후, 며칠전 조수석쪽 유리창에 같은 현상이 나타나서 오늘 수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따라서 아내를 출근시켜주고 나서 내가 차를 가져와 주차장에 세워두었다. 몇십분 후에 차량을 수리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9시가 다되어갈 무렵, 차를 타러간 나는 깜날 놀랐다. 차량의 뒷쪽 조수적쪽 휀다가 심하게 손상이 당해 있었다. 높이로 봐서 일반차량이 아닌 트럭으로 의심이 되었다. 일단 사진을 몇장 찍어 두고 푸조서비스센터로 향했다. 9시반에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예약된 것에 대한 수리를 받고, 사고가 난 부위에 대하여 문의를 하였지만 덴트(펴는 수리) 보다는 판금도색을 권했다.

일단 딜러에게 덴트하는 곳을 추천받은 후 방문하였다. 마찬가지로 덴트로는 한계가 있고, 판금도색이 정답이라고 한다. 지인에게 전화를 거니 자신이 직접 다녀보겠다고 발을 벗고 나섰다. 그와 함께 몇군데 덴트집을 들렀지만 마찬가지 대답이었다. 따라서 1급자동차공업사들이 많은 팔복동을 향했다. 그것에 지인이 자주 애용하는 공업사가 있어서 그곳에 차량을 맡기었다. 차량을 급하게 맡긴 이유는 사고를 내고 도주한 차량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가능한 차량을 빨리 수리를 해서 아내가 빠른 시일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수고해준 지인과 또다른 지인(팔복동까지 우리를 픽업하러 온)까지 모두 셋이서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칼라인커피에 가 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로 돌아와 관리사무실에 들렀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나서, 다시 기계실이라는 곳으로 가서 CCTV를 보기 시작했다. 아침시간인 7시에서 9시까지 보기로 했다. 208이 세워져 있던 반대쪽에 세워진 의심가는 트럭한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돌리다가 그 트럭이 움직이자, 잠시 멈추었다가 정상속도로 재생을 해보았다.

그 트럭이 후진하면서(주차장의 특성이 모든 차량이 두줄로 사선방향으로 전방주차를 하고 있다) 무리하게 차를 빼고 있었다. 그리고 208쪽으로 무리하게 진입하는 것이 보였다. 물론 원거리에서 찍힌 영상이라 직접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충분히 증거가 될만 했다. 그 트럭은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가더니(아마도 부딪힌 것을 인식한 듯) 다시 조심스럽게 후진을 하였다. 이번에는 정상각도로 핸들을 꺽으면서 천천히 후진을 했다. 그러더니 잠시 멈추어 서있었다(아마도 차량의 손상정도를 확인하는 듯함). 그러더니 바로 가버린다. 근처의 다른 카메라를 보니 차량 넘버가 제대로 찍혀서 나온다.

같은 시간대의 두 영상에서 차량번호를 찍은 화면켭쳐 사진과 비록 멀리서 찍혔지만 모든 상황이 녹화되어 있는 동영상 화면을 아이패드로 찍어서 가져왔다. 차량의 위치로 보아 어떤 차량인지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오래동안 이 아파트에서 살던 아저씨이고, 아침마다 차량을 타고 나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차량이 없는 아내를 위해 픽업을 한 후에 아내에게도 영샹을 보여주었다. 저녁수업을 위해 일찍 나가는 아내를 데려다 주고 아파트에 들어서자 난 10동과 9동 앞쪽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왜냐면 사고를 인지한 운전자가 다른 곳에 차량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8동과 9동사이로 오는데 그 트럭이 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정상적으로 9동 뒤쪽 (8동과의 사이)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그 트럭도 내 뒤를 따라오더니 평소에 세우던 곳을 벗어나, 쓰레기장쪽으로 가서 그곳에 세웠다. 나는 천천히 그 트럭쪽으로 걸어갔다. 운전자가 내린다. 다른 주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내 시선을 애써 피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대회에 끼어 들었다.

  • 나 : “혹시 OOOO 차주분 맞으시죠? 아침에 사고를 내고 그냥 가셨던데요?”
  • 그 : “아, 네,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릴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대화는 그가 아침에 사고를 내고 인지했음에도 도주(일명 뺑소니)를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차량을 이미 수리를 맡긴 내용을 이야기했다. 수리가 3일 정도 소요되는데, 판금도색비용만 지불하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번호를 받아 왔다. 나의 긴(?) 하루가 그렇게 가고 있었다.

차량은 목요일 정도에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비용은 생각보다 적게 소요된다. 사실 뺑소니는 가해자를 잡기 쉽지 않다. 더구나 아파트 주차장이고, CCTV도 그리 화질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차량의 위치와 사고의 시간대를 예측하면서 쉽게 가해자 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가 빠르게 자신의 사고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따라서 잘 마무리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후미등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과 문짝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분들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어서 좀 더 수월하게 일이 진행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아침에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몇 분들은 흥분을 했다. 뺑소니 사고에 대한 분노였다. 어떤 분들은 내게 직접 연락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든 일이 잘 정리되고 있음에 감사하다. 다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정직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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