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교실 주임교수를 물러나며,

By | 2016년 8월 31일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이상 ‘전북의대’)은 각 교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해부학교실, 생리학교실, 생화학교실, 등과 같은 9개의 기초의학교실과 내과학교실, 외과학교실, 소아과학교실, 산부인과학교실, 등과 같은 많은 22개의 임상의학교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의학교육학교실이 신설되었는데, 의학교육학교실은 기초의학교실나 임상의학교실에 속하지 않고 독립되어 있다. “교실”이란 표현은 영어로는 department이다. 일제시대에 의과대학들이 생기면서 당시에 표기하였던대로 지금도 이렇게 표현한다. 따라서 ‘해부학과”라던가, ‘생리학과’ 등의 표현은 맞지 않고, 해부학교실, 생리학교실로 표현해야 한다.

아무튼 나는 해부학교실 소속이다. 해부학을 비롯하여 조직학과 신경해부학, 발생학 등을 강의하고 연구한다. 그런데 각 교실에는 교실을 대표하는 주임교수가 있다. 주임교수는 각 교실의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주임교수라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시기가 되면 주임교수를 한다. 결코 벼슬이나 감투는 아니다. 그냥 소속 교실의 구성원 중 한명일 뿐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각 교실의 대표자격을 갖는다. 한편, 임상의학교실의 경우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과별” 성격 때문에 주임교수와는 별개로 “과장” 제도가 있다. 이를 테면, 내과과장, 외과과장, 등으로 표기된다. 기초의학교실은 과장제도가 없다. 교수의 숫자가 적은 임상의학교실에서는 주임교수와 과장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처음 전북의대로 왔을 때는 전북의대 해부학교실은 이무삼교수님께서 주임교수를 하셨다. 그 뒤로 한참 동안 주임교수를 하셨다. 이무삼 교수님이 정년을 하실 무렵에는 송창호교수(현 전북의대 학장)가 주임교수를 맡았었는데, 이무삼교수님의 정년 후에는 내가 잠시 1년간 주임교수를 했다. 당시에 송창호교수가 안식년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창호교수가 되돌아 오자, 나는 바로 주임교수를 송창호교수에게 다시 넘겼다. 이 무렵에 의과대학에서는 “주임교수는 임기는 2년이며, 연임할 수 있고, 총 6년을 넘지 못한다”라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런 규정이 생긴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일부 교실에서 한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주임교수를 하면서 문제들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뒤로 송창호교수가 6년을 채워 2012년 8월말까지 주임교수를 했다.

그리고 2012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그리고 이어 2014년 9월부터 2016년 8월말인 오늘까지 4년간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2년의 연장을 할 수 있었으나 그냥 주임교수를 물러나기로 했다. 전북의대 해부학교실에서는 총 5명의 교수가 있다. 아직 주임교수를 해보지 않은 교수가 3명이나 있기 때문에 2년 일찍 주임교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주임교수는 일종의 교실에서 어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보다 젊은(상대적으로 젊다는 뜻일 뿐) 교수들도 주임교수를 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주임교수란 벼슬이나 감투가 아니다. 그냥 교실의 업무를 책임감있게 이끌어가면서 총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솔직히 업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만 두는 것에 대해 시원함도 섭섭함도 없다. 전통적으로 해부학교실은 교수들간의 합의와 조율이 매우 잘 되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감당해야 할 수업이나 실습의 분량이 많다보니 서로 협조를 잘 해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자로 주임교수의 짐을 덜 수 있게 되었다.

4 thoughts on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를 물러나며,

  1. 민이아빠

    교수님의 후배, 제자 분들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혜량 감동적이군요. 훈훈한 모습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주임교수 일이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Reply
  2. 김은영

    어떤 자리든지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은 있잖아요.
    두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송창호 교수님은 저도 이곳에서 만나 뵈었네요.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