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에 대한 어릴 적 추억 하나

By | 2016년 9월 11일

4년전 오늘, 페이스북에 써두었던 글이 “추억의 글”로 나타나서, 그 글을 읽고 나니 내 블로그에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생겨 여기에 올려 놓는다. 페이스북과는 달리 여기엔 문단형태로 고쳐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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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살아라”라는 말은 집과 학교에서 늘 들어오면서 자라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직하게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 약방을 했던 저희집은 늘 돈이 서랍에 있었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말씀드리고 사용 후에 내역만 적어 놓으면 됩니다.

그렇게 살면서 집에서 한푼도 훔쳐본 일이 없습니다. 특별히 훔칠 일도 없고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정직하게 산 덕에 지금의 삶의 모습이 나름대로 좋습니다. 그러나 간혹 솔직함 때문에 약간 어색해질 떄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에 제가 살던 시골에는 버스는 하루에 3번 왔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읍내와 선착장 사이를 오가는 완행버스가 배 시간에 맞추어 왕복을 했습니다. 택시는 읍내에서 대절해서 타고 오던지, 전화로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야만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택시비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쌌습니다.

어느날 경운기 벨트가 손가락이 거의 절단된 환자가 집에 왔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집에서 꿰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아버지께서는 간단한 열상은 직접 봉합을 해주곤 했으니까요. 병원이 멀었던 시골이었기에(보건진료소도 없는) 약방을 하는 아버지께서 그런 시술은 다 하셨습니다. 우리마을이나 옆마을에 산모가 진통이 오면 가셔서 분만도 하고 오시고.

아무튼 그 환자가 집으로 와서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불렀습니다. 택시가 도착하려면 25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당시에 길이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빈 택시가 있어서 그 택시를 타고 급하게 읍내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부른 택시는 오고 있었던 거구요. 중간에 취소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이 없었던 거죠. 휴대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삐삐도 없고.

아무튼 그 택시는 저희집 앞에 섰습니다. 아버지에게 질문을 합니다. “혹시 여기서 택시를 불렀는데, 전화한 사람 어디 갔나요?” 아버지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아니요. 택시 부른 것은 맞는데 그 사람 다른데로 가버려서 몰라요” 옆에 있던 동네 어른들도 모두 고개만 갸우뚱 할 뿐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다른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봤는데 말이죠. 같이 왔던 동네 사람들은 벌써 큰 길을 걸어 그 마을로 가고 있었구요.

제가 나섰습니다. “그 아저시는 다른 택시 타고 갔구요, 그 아저씨 데려온 사람들은 저기 걸어가고 있어요” 택시 기사는 부리나케 택시를 몰아 그 옆마을로 걸어가던 사람들을 쫒아 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왜 사실대로 말해서 저 아저씨들이 돈 물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십니다. 저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는데……요”라고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그날 저는 배웠습니다. 세상을 살 때는 때론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당시에 손을 다쳤던 아저씨는 가난해서 두 대의 택시비를 지불할 능력이 안되었고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묵인하게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당시에 몇천원씩 했던 택시비는 오늘날로 따지면 20여만원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봉급을 기준으로 본다면 말입니다. 그랬던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해는 됩니다. 가난했던 시골에서 엄청난 택시비를 두 배로 물어야 했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는 정직하게 세상을 사신 분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선하게 사셨고 정말 좋은 일들을 많이 하셨던 분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도 받았고 마을에서는 꽤나 잘 사는 집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날의 에피소드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정직”에 관한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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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이미 써놓은 글이 있네요. 당시에 페이스북에 올리고 블로그에도 올렸었나 봅니다.

정직에 얽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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