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찬이와 저녁을 먹습니다. 주원이는 방학이지만 보충수업기간이라 매일 학교를 갑니다. 토요일도. 그리고 저녁을 먹고 야자(야간자율학습)은 하지 않고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참 열심히 합니다. 12시가 다 되어야 걸어서 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그 도서관을 다닙니다.
주원이를 학교에서 픽업해서 도서관에 바래다 준 후에 집에 와서 밥을 차립니다. 냉장고에 그 흔한 햄도 보이지 않습니다. 냉동실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해동이 필요한 듯 합니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저녁 메뉴로 생각해 두었던 생김과 간장을 생각해 냈습니다.
생김을 구웠습니다. 생김은 지난번 교수회 임원회의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 어느 교수님이 모두에게 하나씩 선물해준 김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생김입니다. 공장에서 가공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쌩김”입니다. 신문지에 싸여 있던 것을 풀었습니다(물론 오늘부터 비닐봉투에 넣었습니다만). 그리고 냉장고에서 큰 멸치를 꺼냅니다. 조그마한 그릇에 멸치를 15마리 정도 넣습니다. 그리고 간장을 부었습니다. 조선간장. 그 위에 참기름을 듬뿍 뿌립니다. 참기름이 좀 부족하군요. 요즈음 아내가 바쁜 탓에 살림살이가 말이 아닙니다. 그 위에 구운 깨를 뿌립니다. 다행이도 참깨는 좀 있군요.
뭔가 허전해서 계란 후라이를 합니다. 달걀 3개를 깨어서 낮은 불에 후라이를 합니다. 후라이가 되는 동안에 김을 구워봅니다. 이렇게 생김을 구워본 것이 20년은 넘은 듯 합니다. 어느정도 구워야 할지 조금은 막막합니다만 너무 바싹 구우면 나중에 먹을 때 탄 느낌이 나기 때문에 약간 덜 구워진 그런 느낌으로 속도를 조절해서 굽습니다. 속도가 늦으면 금새 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위를 찾는데 없습니다. 싱크대에 쌓인 접시 저 아래에 분명 3개의 가위가 다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예상이 맞을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도마위에 김을 넣고 김을 썰어 봅니다. 8개로 썰어 봅니다. 크게 중간을 세로로 썬 후에 다시 절반으로 썰고, 또 다시 절반으로 썰어서 모두 1장당 8피스가 나오게 하였습니다. 가루가 떨어집니다. 이거 아내에게 들키면 죽음입니다(그래서 나중에 밥먹고 청소기로 밀어서 완전범죄(?)를 노렸습니다).
아들을 부릅니다. “앞으로 자취할지도 모르는데 잘 봐두어야 한다. ㅋㅋ” 요즈음 김 구워먹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아들이 저녁이 부실한 느낌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김밥을 싸먹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숫가락을 밥을 떠서 김위에 놓습니다. 물론 김은 왼손에 들려 있습니다. 밥위에 숫가락으로 간장속에 있는 멸치 하나를 올려 놓습습니다. 그리고 멸치를 피해서 간장속에 있는 참기름이 숫가락에 많이 묻게 하여 다시 밥에 간장을 약간 뿌립니다. 그리고 숫가락을 내려 놓고 김을 두 손으로 감씁니다. 으하하하…
그리고 김을 입으로 집어 넣습니다. 캬아… 이런 맛을…. 아들도 “맛있다”하면서 먹습니다. 모처럼 옛날 생각이 납니다. 어렸을 때는 저런 구운 생김 한장이면 밥을 두그릇 먹었습니다. 그래도 부자집이라서 김을 많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옛 추억에 잠기는 그런 저녁식사입니다.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게 웰빙이다”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