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부터였을까? 주일 교회에 가는 길에 주공3단지에서 만나는 노부부가 계셨다. 마주치는 어르신에게 늘 인사를 했다. 갈수록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 안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말이다. 주공 3단지 아래쪽에서 윗쪽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늘 보았다. 따라서 처음엔 바울교회 교인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노부부 내외도 인사를 잘 받아 주셨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까?
한번은 그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상 좋으신 선생님이 늘 이렇게 인사를 해 주시는데, 통성명이나 하십시다.”라고 말이다. 그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한번은 마주쳐서 인사를 드렸는데, “그러지 말고 언제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라고 말씀하셔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그리고 뉴질랜드를 다녀온 후에 연락을 드려 교회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였다. 그리고 한달 후인 12월 하순에 다시 만나서 식사를 했다. 차를 타고 가서 “낙지연”이란 곳에 가서 해물탕을 대접해 드렸다. 이번에는 자신이 꼭 사야 한다며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대접해 드렸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이미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데, 10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의 모든 글이 소실되는 바람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 세번째 만남을 가졌다. 설명절 전에 연락을 주셨는데, 설 이후에 뵙자고 말씀드려서 점심을 먹게 된 것이다. 그 어르신은 올해 연세가 80세이시다. 연세에 비해 잘 걷고, 기억력도 참으로 좋으시다. 젊어서 전매청에서 일하셔서 호남의 이곳저곳에서 사셨는데, 노년을 전주에서 보내시고 계셨다. 아파트에서도 주민대표도 하실 만큼 활동도 열심히 하신 탓인지 참 건강해 보이신다. 그리고 그렇게 길에서 만난 이유는 성당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내가 교회에 가는 시간과 비슷하여 그렇게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 식사를 꼭 사셔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고 하고나서, 옆에 있는 바울교회 카페팜에서 “수제 요거트”를 대접해 드렸다. 그리고 카페팜에서 나오면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어르신께 사진을 보내드리고 나서 이렇게 글 하나를 써놓는다. 인간에게 “만남”이란 참으로 소중한 선물이다.
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추가] ====================
이렇게 기쁠 수가…
블로그에 올렸던 두 번의 글이 사라져 버렸는데, 감사하게도 네이버 자동차관련 카페에 올려 놓았던 글을 발견하였기에 곧바로 가져왔습니다.
“어떤 어르신과의 만남”이란 글을 제블로그에 올렸어요. 어제 두번째 이야기를 적었는데… 여기에 옮겨봅니다.
1. 어떤 어르신과의 만남
언제부터였을까? 주일 오전 교회를 가는 길에 주공 3단지 오솔길에서 그 어르신을 마주치곤 했다. 큰 키에, 중절모자, 양복을 입은 노신사였다. 따라서 처음엔 바울교회 교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라고. 그 뒤로도 간혹 마주치게 되어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마다 인사를 받아주셨다. (일반적으로 요즈음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해도 “네~”하고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에는 인사를 하면 “인상 좋은 선생님 또 뵙네. 반가워요.”라고 답해 주셨다. 그리고 한 달전 마주쳤을 때, “언제 인사나 나눕시다”라고 말씀하셔서, “네 어르신 언제 식사한번 대접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지난 주, 언제나 노부부가 함께 오시는데 혼자서 오솔길을 올라오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멈추어 섰다. 왜나면 그 어르신께서 “또 뵙네요. 혹시 목회자이신가요?”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아닙니다. 저는 전북의대 교수로 있는 김형태입니다. 오늘은 어르신 전화번호를 좀 메모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시도를 해서 번호를 남겨 드렸다. 그리고 그 분께서 존함을 말씀해 주셔서 전화번호에 저장을 한 후에 헤어졌다.
그리고 오후에 문자를 드렸다. “11월 초에는 바쁜 일이 있어서 하순 경에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드렸더니, 답변이 왔다. 답변에는 그 분은 성당에 다니시고 계신다고 했다. 한달 후 쯤 그 노부부를 모시고 식사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왠지 기대가 된다.
2016년 10월 26일
2. 어떤 어르신과의 만남, 그리고 식사
한달여 전에 “어떤 어르신과의 만남“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뉴질랜드를 다녀와서 주일 오후에 전화를 드려 오늘 점심 약속을 했다. 그리고 오늘 식사를 함께 했다. 연세는 79세이고, 6남매를 키우셨고, 정년 후에 사모님과 여생을 보내고 계셨다. 오래전에 뇌출혈로 고생을 하신 적도 있고, 연세가 있으셔서 몇가지 질환으로 병원에도 다니신다고 했다 수개월전부터 저와 마주쳤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사모님은 제 집사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나오지 않으셨다고 했고, 사모님도 몇 가지 질병으로 인해 많이 불편하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당을 가시는 모습이 그렇게 보여서 질문을 드렸던 것이다. 바울교회 옆 따박골에서 갈비탕을 먹으면서 이런 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나의 성장과정과 가족이야기를 했다.
나의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동을 의아해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만남을 가져서 밥까지 먹게 되었냐?는 것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작은 것이 소중해지고 있다. 오가며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다. 더구나 반갑게 인사를 맞아 주시는 어르신과의 만남이 더욱 그렇다.
갈비탕이 맛이 있다. 음식이 맛있는 것이 아니라, 만남이 맛있는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가시는 뒷모습을 멀리서 줌으로 당겨 사진을 한장 찍어 보았다.
2016년 11월 22일
세상은 야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눈을 크게 떠서 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나 봅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이런 일은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그게 신기한 세상이 되었으니 씁쓸한 것입니다.
훈훈한 이야기 고맙습니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마을에 어른도 있었고, 젊은이도 있었고,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찌된 세상인지….
사람 사는 도시에…. 사람의 냄새가 안나는 느낌입니다.
저도 우연한 이런 만남이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