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묻는 질문

By | 2017년 2월 6일

얼마 전에 내 연구실 옆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학생들이 질문을 하려고 한다. 나의 대답은 “질문하지 마!”였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려는데 교수가 질문을 하지 말라니, 학생들은 어리둥절 하는 것을 넘어 속으로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대화를 잠시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히 이렇게 물어 왔을 것이다. “이것이 뭐예요?”라고.(이런 판단은 나의 선입관과 관련이 있다.)

그 질문을 알았기에 질문을 거부했던 것이다.  아래 그림(출처 : 원색사람해부학, 6판)을 보면 빨강원과 파랑원으로 표시된 구조물이 있다. 빨강원이 가르키는 구조물은 꼭지돌기(mastoid process)이고, 파랑원은 붓돌기(styloid process)이다. 원용어에 맞추어 모두 돌기로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형태학적으로 돌기라는 표현보다는 각각 가시(spine)와 융기(condyle) 정도로 표현이 되어야 맞다. 그러니까 mastoid condyle, styloid spine으로 표현했다면 좋았을 뻔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처음 머리뼈의 이름을 붙였던 사람이 그렇게 표현했으니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질문을 했다면 좋았을 뻔 했다. “이것이 왜 돌기인가요? 가시가 맞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아니면 “책에 이런 명칭이 붙어 있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라던가, “책의 설명으로는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진짜 맞는 것인가요?”라는 식으로 물었어야 한다.

“이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서 단편적인 답변만을 얻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수업시간까지 그러는 것은 아니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들은 강의 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질문을 하라고 말한다. 물론 학생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질문하길 권하고 있다.

학생 자신은 전혀 노력하지 않고 그저 얹어 먹는 식의 질문는 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가르치는 의대생들을 배경으로 글을 쓴 것이지만, 이게 의대생들만의 문제일까? 우리 사회가 온통 제대로된 질문을 못하는 사회처럼 느껴진다. 결과(답변)만 딸랑 원하는 질문이 아닌, 그 본질에 대하여 질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2 thoughts on “본질을 묻는 질문

  1. 빙고! 저도 답해주지 않아요 ㅋ 찾아내 ….라고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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