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이의 노트

By | 2017년 4월 2일

범은경 원장

우리 학번에 은경이가 있었다. “범은경”. 그녀는 우리 학번의 학우들에게 전설이다. 그녀는 공부를 매우 잘 했을 뿐만 아니라, 행동도 바른 모범생이었다. 그녀가 수업시간에 작성한 노트로 우리 학번 학우들은 공부를 했다. 그의 노트는 우리가 공부하는 학습자료의 전부였다. 교수님들의 강의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시절, 그녀는 완벽하게 노트를 적어냈다. 강의를 꼼꼼히 적을 뿐만 아니라, 글씨 자체도 바르게 또박또박 적었기 때문에 그녀의 노트는 우리 학년들에게는 생명수(?)와 같은 보물이었다.

우리 바로 위 학번에도 그런 여자 선배(김경미?)가 한 명 있었다. 그렇지만 은경이의 노트는 우리 학번의 학습의 기준이 되었다. 아마도 은경이와 그 여자 선배의 노트는 우리 아래 몇 학번들까지 그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나름대로 노트를 작성했다. 그렇지만 나도 은경이의 노트 복사본을 구입하곤 했다. 왜냐하면, 내 노트보다 훨씬 좋은 은경이의 노트를 구입해서 내가 미처 받아 적지 못한 부분을 채운 후에 내 노트를 가지고 공부를 하곤 했다.

최근에 내 연구실 책꽂이에 꼽혀 있는 골학(Osteology) 노트 세 권을 보면서 “은경이의 노트”가 생각이 났다(이 골학 노트는 수업시간에 적은 것이 아니라, 의예과에서 본과에 올라 가기 전에 도서관에 다니면서 만들어 놓은 노트이다. 언젠가 이 노트에 대한 글도 쓸 예정이다). 내 노트를 보면서 은경이의 또박또박 바른 글씨로 정리되었던 그녀의 노트가 떠올랐다. 그녀를 페이스북에서만 간혹 본다. 우리 학번들은 그녀를 만나면 짜장면이라도 사야 할 것이다. 그녀의 노트로 공부했던 수많은 우리 학번 학우들은 말이다. 그녀의 노트를 보면서 공부했던 학우들은 지금은 의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왜 그녀가 대학에 교수로 남지 않고 개원을 했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2002년에 미국 네쉬빌에서 만났을 때도 물어 보질 못했다. 아무튼 똑똑하고 바른 그녀는 아직도 학생 때의 모습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어 보기에 좋다. 그녀는 아동수면습관과 관련된 책도 쓰고, 강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

@ 범은경 원장 :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소아과를 전공한 후 광주적십자병원 소아과 과정을 거쳐, 현재 광주중앙아동병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발췌)

2 thoughts on “은경이의 노트

  1. 김은영

    저 친구분 인기 쨩이셨겠네요.
    학창 때 저런 친구 꼭 하나씩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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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다들 그 친구를 신기하게 생각했죠.
      어떻게 빠른 강의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 적는지를요.
      아마도 집중력과 좋은 머리가 아니었을까요?
      뛰어난 친구죠.
      지금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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