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드려요”

By | 2017년 7월 30일

내가 방금 윗층에 올라가서 한 말이다. “집에 환자가 있으니, 어젯밤 처럼 아이가 한시반이 넘도록 뛰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아래층에 큰 피해를 주는데,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가서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젯밤 늦게 부터 아이가 뛰기 시작하더니만, 한시반까지 뛰어다닌다. 그 소리 때문에 깼다. 요즈음 회복 중인 아내는 깊게 잠을 자기 못한다. 따라서 윗층의 소음은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윗집 아저씨의 딸의 자녀 중 큰 아이를 윗집에서 자주 데려와서 키운다. 그 아이는 유독 시끄럽게 뛰어나닌다. 그의 할머니가 뒷꿈치로 걸어다니는 스타일인데, 아마도 유전적으로 그러는 듯 하다. 그나마 늦은 밤이나 새벽에 하던 절구질은 최근에는 밤이나 새벽시간에는 잘 많이 하지 않는다.

아내가 “오늘은 4층에 미리 이야기 좀 해줄래요? 부탁한다고 말해 주세요”라고 내게 부탁을 했다. 왜냐하면 아이가 초저녁부터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층에 올라가니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그 아이의 부모(위층 아저씨의 딸과 사위)가 내린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부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엄마가 대답을 한다. “네, 저희가 휴가를 와서요”라고 말이다. 그게 끝이다.

순간 아저씨가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다시한번 “부탁드린다. 환자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답은 이렇다. “애들이 12시에 도착해서…” 말끝을 흐린다.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저 자기 자식이 늦게 왔고, 따라서 늦게까지 그렇게 시끄럽게 했다는 것이다. 시끄럽게 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 늦게 도착한 것이 문제라는 식이다.

순간, 화가 일어났으나 “부탁을 하고 오라”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 참았다. 2년 넘게 윗층이 만들어내는 층간소음 문제로 몇 개의 글을 남겨 두었다. 이런 글 쓰기도 지겹다. 좋은 이야기나 아름다운 이야기도 얼마나 많은데 이게 뭐냐 말이다.

층간소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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