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공유를 못하는 이유…

By | 2013년 5월 6일

비좁은 땅에 사는 우리 민족. 긴 역사의 소용돌이에게 우리에게 굳어진 하나의 문화 중 “공간의 공유 못함”은 오랫시간동안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의문 중 하나이다. 왜 “내공간..내공간..우리공간…”만 외치는 것일까? 하나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10여년 전 교회의 교육관을 지은 후 그런 현상은 예외 없이 일어났다. 짝수층은 예배실로, 홀수층은 성경공부실로 만들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4부서가 두 시간대로 나누어 먼저 예배하고, 예배드린 2개 부서가 성경공부하러 가면 다음 시간대의 2개 부서가 예배를 드리러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즉, 4개의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각 부서마다 한 층씩 차지하게 되었고, 그 좁은 곳에서 예배와 성경공부를 동시에 하니 시장통 같은 환경에서 성경공부를 해야 했다. 처음 계획은 칸막이로 방음을 하는(그러나 유리로 만들어 개방성은 보장되는) 그런 성경공부실이 예정되었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던 셈이다.

왜 교회마져도 이런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가? 비단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의 대부분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목격된다. 왜 함께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sharing의 부재는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다들, 함께 공간을 썼을 때 경험했던 불편함이 아니었을까? 그 불편함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물론 여건이 된다면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마음 편하게 사용하면 좋겠지만, 서두에서 말한바와 같이 우리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고 있다.

아무튼 몇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는 뒷정리의 부족함이다. 원래 청소가 되어 있던 그대로 두지 않는다. 책상과 의자는 편리할 때로 돌리거나 움직여 놓고 제자리로 해 놓지 않는다. 깨끗한 상태로 해 놓아야 하는데 처음 사용할 때와 사용한 후에 마음자세사 다르다. 따라서 대충 치우가 가기 때문에 원래 그곳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분노를 만들어낸다. 집기는 원래 있던 그대로, 청소는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해야 한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청소와 정리 시간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안에 배정을 해 놓으면 된다. 나는 운좋게도 대학 다닐 때 동아리가 청소와 정리에 목숨을 걸었다. 선배들이 그렇게 했고, 후배들도 따라서 그렇게 했다. 어떤 공간을 빌려 쓰면 정리와 청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나는 그런 습관이 대학 동아리에서 습득했다.

둘째로, 시간약속의 어긋남이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사용하기로 했으면 철저하게 그 시간을 지켜야 한다. 그 시간안에 정리와 청소까지 포함해서 엄격하게 시간을 지켜주어야 한다. 시간이 지연되면 다음에 써야 할 사람들은 제 시간에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연속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신들의 사용하시는 시간만 중요하다는 느낌을 다음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다시는 함께 공간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내 것” “우리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 왜나면 약속을 지켜주지 않는데서 오는 “불편함”때문이다.

세째로, 공간의 꾸미는 문제이다. 단독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꾸미려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다. 자신의 방을 예쁘게 꾸미려고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꾸밈은 때론 원래 공간을 디자인했던 디자이너의 건축의 결과물을 훼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슨 행사를 위해 임시로 꾸밀 수 있지만, 대개는 촌스럽게 꾸미고 만다. 따라서 다른 부서에서는 그런 공간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로 공유를 해야 하는 경우는 두 부서 또는 세 부서가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인테리어를 추구해야 한다. 그 이외에 각자에 맞는 작은 광고판 등은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교회 교육관의 예를 들은 것은 나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교회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점에서 적어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유아부실과 유치부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다른 부서에 공간을 양보했다. 원래 계획보다 공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것은 이미 양보를 했으니 되물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유아부실에서 다른 공간으로 만든 문(환풍을 위한 문이지 출입문은 아니다)에 잠금장치를 그 쪽 방에서 해버렸다. 원래 잠금장치는 유아부실에서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해 버린 것이다. “니네들 이쪽으로 들락거리지 말아!”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 공간을 더 넓히려고 할 때 유치부에서 얼마나 많이 양보했던가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또 공간에 대한 집착을 보는 듯 해서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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