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와 재능착취

By | 2014년 2월 15일

모처럼의 여유있는 토요일 오전이다. 늦잠을 즐기고,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신문을 읽는다. 그런데 갑자기 분노가 치솟는다. ‘이건 뭐징?’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공짜로 해달라”…재능기부 강요하는 사회…라는 제목의 글이다.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 중에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한마디로 “악용당하는 선의”이다. 처음에 베풀었던 선의에 대한 사회적 “기부 강요”에 그들은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들의 재능뿐만 아니라 돈까지도 착취하는 사회의 한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공짜를 좋아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재능 착취” 또는 “재능 갈취”로 표현하고 있다.

신문내용에 재능기부를 했던 세무사의 이야기는 더 가관이다. 세무 기장 대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능기부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최근에 유명 구호단체의 회원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전화를 직접 해서 더 기부할 수 있냐는 공격적인 (아니 마케팅적인) 기부를 강요받은 후 불쾌한 감정을 카페에 올린 글을 보았다. “돈 내 본 놈이 더 잘 낸다?”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비대해져버린 구호단체의 살림을 위한 것일까? 진정 초창기의 선한 마인드가 더 커진 것일까? 아무튼 뭔가를 강요하는 사회는 선의를 베풀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부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흔치 않다라고 말하곤 한다. 평균적으로 보면 정말 잘 먹고 잘 사는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세계는 얻어먹고 살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원조를 받던 시절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돕는 그런 위치에 와 있다.

사회도 그만큼 성숙해야 한다. 화려한 것, 좋은 것…. 이런 것을 얻어내려면 그만큼 댓가를 지불해야 해야만 그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가치”와 “의미부여”를 통해 우리 스스로 그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훈련이 아직 부족한 것이다. 댓가를 치러야만 그 만큼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고, 그만큼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창작을 하도록 사회가 도와줄 수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들이 나오는 것이다. 예술가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만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복지사회를 바라면서 세금을 내려고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누리는 복지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결국 우리가 내는 세금에서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누리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제는 거지근성을 버려야 하는 시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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