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는 둔전교회가 있다. 둔전교회는 우리집 바로 앞에 있다. 당시에는 교인이던지 아니던지 간에 교회에 행사가 있거나 하면 모든 마을사람들이 동참하곤 했다. 성탄절이나 부활절과 같은 절기도 마찬가지였고, 교회에서 어떤 일이 필요하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도와주곤 했다.
교회의 오래된 종탑 대신 새로운 종탑을 세우는 일이 있었다. 기존의 종탑은 녹이 슬어서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새롭게 종탑을 세우게 된 것이다. 기존의 종탑에 있는 종을 내리고, 다시 새로운 종탑에 종을 올리는 일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와서 밧줄로 종을 묶고, 종탑에 도르래를 설치해서 작업을 했다.
종을 내리고 올리는 일은 마을의 어른들께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하셨고, 나를 포함한 동네의 아이들은 신기한 작업 장면을 보는 것으로 행복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었던 아이들에겐 좋은 볼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종탑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그 종탑이 세워질 때의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종탑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기도 해서이다. 언젠가 나의 형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둔전저수지 둑이 무너져서 물이 쏟아지면 어떻게 할건데?”라고 말이다.
그 때 내가 대답했다. “교회종탑으로 올라가면 되지 뭐”라고 말이다. 지금도 나의 형은 그 이야기를 지금도 하곤 한다. 당시 어린 나의 눈에는 그곳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교회 종탑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번 추석 때 진도에 갔을 때 교회종탑을 아이폰으로 찍어 보았다. 재난이 발생하면 피할 수 있는 피난처로 교회종탑을 이야기했던 어린 시절의 한마디가 크리스천으로서 살아가는 내게는 많은 생각들을 갖게 만드는 작은 에피소드였다.
선생님의 ‘어릴적에~’ 를 한편 한편 읽자니 왠지 송구스런 마음까지 듭니다.
정말이지 코호트효과를 느끼게 됩니다. 지역이나 경험이 다르지만 제 어린시절의 추억과 시대적 정서를 충분히 공감한다고나 할까요~
똥바 아저씨의 지역 용어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아마도 이런 기억들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어떤 이들은… 감추고 싶은 아픔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이런 기억마져도…기억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세월들을 견디어 내며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글 속에 등장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게 된다면….
기억하는지 물어 보고 싶답니다. 기억을 하는지에 대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