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왼쪽으로 돌아 골목으로 올라가면 세번째 집에 태호아저씨네 집이다. 아버지와 동갑내기여서 그런지 두 분이 참 친하셨다. 국장님네집과 우리집에만 전화가 있던 시절, 태호아저씨를 참으로 많이 부르러 갔다. 전화가 아주 자주왔다. 오늘날 처럼 전화를 사용하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다가 바꾸어주었지만 자주 전화 때문에 태호아저씨네 집을 가곤 했다.
마당에 들어서면 그 집에 보인다. 대문에서 보면 1시방향엔 방이, 2시 방향엔 마루와 안방문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론 다른 방(아니면 곡식을 두었던 창고일 수도 있다)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 마루에 걸터앉은 아저씨의 모습이다. 때론 방안에다 대고 전화왔다는 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늘 “태오네 아버지 전화왔어요. 전화받으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늘 “태호네, 태호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친구셨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불렀는데, 대개는 아이들의 이름에대가 “누구네 아버지” 이런 형태로 부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습관적으로 “태호네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마도 아이가 잘못 알고 그러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셨는지 특별이 지적을 하지 않으셨다. 따라서 나는 한참동안 그 아저씨를 “태호네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날 그 아저씨가 집에 와서 말씀을 하셨다. 내가 자꾸 “태호네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 뒤로 알게 되어 “태호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지금도 내 친형은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당시에는 어른에게 “아저씨”라는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4-5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아저씨”라는 말은 낮춘 말처럼 여기고 있다. 언어는 변한다고 하지만 “아저씨”라고 부르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이전 같으면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야 하는 경우에 마땅한 단어가 없어서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세상이다.
태호아저씨는 나중에 고향인 제주도로 이사를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저씨“의 사전적 의미를 네이버에서 찾아 보면…
-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 (예, 저분은 우리 집 오촌 당숙이시니 네가 아저씨라고 불러야 한다. 저 어른이 네게 아저씨뻘 되는 어른이시다.)
-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이르는 말.
- 남남끼리에서 남자 어른을 예사롭게 이르는 말. (예, 국군 아저씨, 이웃집 아저씨, 기사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수위 아저씨)
- 고모부나 이모부를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