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35] 춤바람

By | 2014년 9월 18일

언젠가 우리 동네에 화장을 짙게 한 젊은 여자가 등장했다. 양장 차림에 화장까지 짙게 한 모습은 시골에서 사는 사람의 모양은 아니었다. 우리동네 어느 집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사람들을 모집하여 춤을 가르쳐주는 춤선생이었다. 우리집의 안방에서도 교습이 있었다.

마을사람들 7, 8명이 안방으로 들어오고, 모두 방의 가쪽으로 앉아서 춤을 가르치는 것을 지켜본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보곤 했다. 지루박, 탱고, 차차차, 등 이런 용어들은 그때 듣고 알게 된 것들이다.

온동네에 춤바람이 일어났다. 너도 나도 양춤을 배우기 위해 그렇게 몰려 들었다.

나는 두가지 점에서 꺼림칙했다. 춤을 가르치는 여자가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지져분한 구석이 있는 그런 여자로 비추어졌다. 물론 그 여자 춤선생이 스캔들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두번째는 우리집 안방에서도 자주 교습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면 방안에 모래나 흙먼지 등이 많이 들어와 방안이 지져분해지는 것이 싫었다. 내가 청소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찜찜함이 마음속에 늘 있었다. 사람들이 다 가고나면 방안은 늘 모래가루나 흙먼지가 남아 늘 찜찜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춤교습이 있었는지 불확실하지만 한달 이상은 그 춤선생이 우리동네에 머물면서 춤을 가르쳤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린 나이의 기억이지만 그리 경쾌하지는 않은 그런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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