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34] 둔전교회

By | 2014년 9월 17일

둔전교회(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 744 소재)는 우리집 앞길 바로 건너 위치한다. 걸어서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려서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다니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탄절이나 부활절, 그리고 여름성경학교가 있을 때면 친구들과 함께 둔전교회에 다녔다. 이미 “교회종탑” 이야기에서 둔전교회를 언급한 바 있다.

둔전교회는 우리 마을에서는 비교적 큰 건물이었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보잘 것 없는 건물이었다(지금은 다시 새건물이 지어져 있다). 그러나 성탄절에는 성탄행사가 열리고 온 마을사람들이 와서 보고 즐기는 잔치였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새로 부임해 오신 목사님의 딸이 우리반에 들어왔다. 그 때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나는 그 애를 한참동안 짝사랑했다. 그 애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성탄절에는 연극 “구두쇠 영감 스쿠르지”에서 “영2″로 나왔는데, 연습을 하던 중에 장언리를 떠나 금골리로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성탄절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추운 겨울밤 금골리에서 둔전리까지 걸어오는 일은 초등학생에겐 쉽지는 않았다.

금성초등학교 제1회 졸업앨범 중 하나 - 둔전교회에서 수업하는 장면

금성초등학교 제1회 졸업앨범 중 하나 – 둔전교회에서 수업하는 장면(김동식 선생님)

둔전교회에 대한 많은 기억들 중 이미 쓴 이야기인 “뒤집어진 니어카“에서 나오는 목사님의 아들, 그 뒤로 부임한 조목사님과 그의 가족들, 성탄절의 연극참여, 그리고 여름성경학교에서 차트에 쓰인 가사를 보며 찬송가를 열심히 따라 불렀던 일(당시에는 피아노나 오르간이 없었다), 처음으로 듣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 교회종탑을 세운 일, 부활절 장식을 위해 녹말풀을 만들어 오기로 약속했는데 당시 집에서 일하던 누나가 깜빡에서 울고불고 난리쳤던 일, 어머니와 조목사님 사모님이 싸웠던 일(이유는 모른다), 교회종이 울리면 새벽마다 파자마 차림으로 시끄럽다고 소리를 지르던 우리 앞집 아저씨, 등 어릴 적 우리집 가까이 있었던 둔전교회에 대한 기억은 계속해서 상기되고 있다.

나는 최근 금성초등학교 제1회 졸업앨범에서 둔전교회와 관련되어 있는 두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금성초등학교가 개교를 한 첫해에는 제대로 교사가 만들어지 않아서 마을회관이나 교회에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둔전교회에서도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장의 사진은 교회마당에서 한 학급이 어떤 행사를 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사진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서너살 때로 보이는 내가 교회마당에 놀던 중 찍힌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둔전교회는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곳 중 하나이다.

금성초등학교 제1회 졸업앨범 중 하나 - 둔전교회마당

금성초등학교 제1회 졸업앨범 사진 중 하나. 김동식선생님 반 아이들. 우측에 있는 아이 중 남자아이가 바로 나다. 왼쪽이 교회종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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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2014년 추석에 찍은 사진이다.

둔전교회

2014년 추석에 찍은 둔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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