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길에 세등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세등리보다는 그냥 “세등”이라고 불렀다. 세등은 지리적으로 진도읍과 오일시에서 벽파와 녹진 방향으로 오다가 Y자 형태로 길이 나뉘어지는 동네이다.
우리 마을에서 세등으로 가려고 둔전저수지를 왼쪽으로 두고 계속 가면 길이 두갈래로 나뉜다. 세등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 길 입구에 큰 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한 가지는 길쪽으로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다. 거기를 지날 때면 늘 소름이 끼친다.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625때 공산당이 들어와서 사람들을 죽였는데 그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였다는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목을 매달린 시신들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실제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나무를 보면 그것이 연상될 만큼 그 나무가지는 그렇게 생겼다.
나는 그 나무 아래를 혼자서 걸어가 본 적은 없다. 세등리를 갈 일이 있더라도 혼자서 간 적도 없거니와, 친구들과 가더라도 왼쪽 길로 가다가 다시 논길로 들어가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걸어갔다. 겁이 많았던 아이시절(지금도 겁이 많다)엔 그 나무가 늘 무서웠다.
그렇게 무서운 곳이 또하나 있다. 바로 “관재”이다. 관재는 지금 “진도터널”이 뚫린 바로 그 산을 넘는 고개이다. 그 고갯길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깎아내렸지만 결국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높고 험하다. 결국은 그 아래에 터널을 다시 뚫었다.
그런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안농리에서 신동리로 가는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도 도깨비 이야기가 많아서 늘 무서운 곳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서운 곳은 바로 마을서쪽에 있는 공동묘지이다. 둔전리에서 연산리로 넘어가는 조그마한 산이 바로 공동묘지이다. 그곳이 어떤 곳 보다도 무서운 곳이다.
단지 소문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을엔 이런 무서운 곳들이 많다.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늘 무서운 생각을 가지고 지나가는 곳들이 이렇게 우리 마을 주변에는 몇군데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