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50] 짜장면의 첫 기억

By | 2014년 9월 19일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고전읽기 경시대회 출전을 위해 읍내에 갔다. 시험이 끝나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다. 모두 들뜬 마음으로 식사를 주문했다. 매뉴는 두가지였다. 짬뽕과 짜장면이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는 냄새가 고소한 짜장면을 선택했다.

이미 식당에 들어서면서 고소한 그 냄새가 짜장면 냄새라는 것이다. 드디어 짜장면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잘 비빈 후에 짜장이 잘 묻은 면을 한 젓가락 들어 올렸다. 향긋한 냄새가 코 끝에 와 닿았다. 그리고 한 입 배에 물었다.

“윽~!”

비릿한 맛이 내 혀끝에 닿았다. 뱉었다. 씹을 수 없었다. 다시 시도했지만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친구들은 짜장면이든지 짬뽕이던지 맛있게 먹는데 나는 짜장면을 먹을 수 없었다. 새벽에 이른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버스를 타고 읍내에 왔던 탓에 배가 많이 고팠지만 먹을 수 없었다.

쫄딱 굶었다. 오후버스를 타고 저녁때쯤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배고픈 상태였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른다. 왜냐면 그 다음부턴 잘 먹었기 때문이다. 가끔 생각해 본다. 혹시 면위에 올려진 오이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가끔 오이가 그런 비린 맛을 낼 때가 있긴 하다.

그렇게 짜장면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비린 맛과 배고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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