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88] 전세택시가 논에 빠지다

By | 2014년 9월 23일

어느 설날이었다. 3학년때인지 아니면 4학년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때와는 달리 설에 택시를 대절했다. 택시업을 하는 삼촌(아마도 5촌인 듯)의 택시를 하루를 빌린 것이다. 당시에 진도에서는 택시가 명절에 폭리를 취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그 돈을 감안해서 비싸게 하루동안 택시를 전세를 냈다. 전세를 낸 이유는 성묘를 위함이었다.

아침일찍 집을 나선 택시는 친가와 외가쪽 산소를 모두 돌았다. 중간에 밥을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오후 4, 5시경 귀가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하루종일 성묘를 다니느라 피곤했던 가족들은 택시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차가 흔들거리며 덜컹하였다. 모든 식구들이 눈을 떴다. 택시안에는 택시기사 말고 우리가족이 5명 정도 타고 있었다. 당시에는 택시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탔다.

택시기사가 “깜빡 졸았어요”라고 말하는데 택시는 돈에 빠져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논이 질퍽거린다. 길은 논보다 약 1m 정도의 높았다. 그러니깐 차가 길에서 논으로 떨어진 셈이다. 바퀴자국을 따라가 보니 돌이 하나 놓여 있었다. 우연히도 돌이 놓여있는 곳으로 바퀴가 지나가면서 택시가 전복되지 않은 것이다. 그 정도 높이면 차는 전복이 되어야했지만, 그 돌 하나가 전복되지 않고 돈으로 돌진을 해버린 것이다.

차가 빠진 곳은 세등리 근처였는데, 사람들이 몰려왔다. 차가 논에 빠졌으니 또 얼마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인가? 논에 빠져버린 택시를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다들 말만 많았지 실제적으로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지프차가 멈추어섰다. 군청소속 차량이었다. 줄로 연결한 후 택시를 잡아당기는데 지프차가 위험해 보였다. 논바닥에 박힌 차가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겨우 사람들이 택시를 밀고 지프차가 잡아 당겨서 택시를 꺼냈다. 길과 높이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그날의 일은 우리가족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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