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By | 2016년 1월 11일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의 조합으로 인해 요즈음 시간이 나는대로 사람 얼굴을 그리고 있다. 그린다기 보다는 베끼는 수준이다. 아직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사진을 바닥에 깔고 그려보는 것이다.

애플 펜슬을 구입하기 전에는 손가락으로 대충 라인만 그려서 그림을 그려냈다. 그 그림의 느낌도 매우 좋다. 그리고 애플 펜슬이 도착한 후에는 처음엔 붓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2주전 Adobe Sketch를 알게되어서 이제는 스케치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스케치의 맛은 음영이다. 즉, 그림자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처음엔 탄성이 나왔다. 그런데 눈이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눈을 제대로 그려보기로 했다. 눈을 그릴 때는 몇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위 & 아래 눈꺼풀(eyelid), 속눈썹(eyelash), 눈의 안쪽 & 바깥쪽 눈구석(angle of eye), 눈물샘입구인 눈물언덕(lacrimal caruncle), 홍채(iris), 동공(pupil), 눈꺼풀코주름(palpebronasal fold), 뒷눈꺼풀가장자리(posterior palpebral margin), 공막(안구결막, sclera, bulbar conjunctiva), 그리고 눈썹(eyebraow) 등이다. 좀 더 머리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눈물언덕과 구분이 힘든 눈물유두(lacrimal papilla), 눈꺼풀결막(palperal conjunctiva), 앞눈꺼풀가장자리(anterior palpebral margin) 등이다.

물론 이렇게 해부학적 구조물처럼 자세히 그리지는 않지만 그 느낌이 남아 있어야 눈처럼 보인다. 나는 아직 동공에 빛반사를 그려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눈이 어느정도 완성되자 그림이 만족스러웠으나, 곧 눈에 띄는 부분이 생겼다. 바로 그것이 입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웃으라고 하면 치아가 보일 정도로 입이 벌어진다. 그림을 그려보면 치아를 그리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된다. 서양사람들은 대개는 치아를 드러내놓지 않고 웃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차이가 발생한다.

어제부터 입술을 그려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입술은 해부학적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입술이라고 부르는, 즉 립스틱을 칠하는 부분인 “붉은 부위(red zone)”을 비롯해서, 그 앞쪽 피부인 피부부분, 그리고 안쪽의 입술부분으로 나눈다. 헤부학적으로 입술은 우리 입을 오리 주둥이처럼 손으로 잡아당겨서 잡히는 부분이 모두 입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입술의 붉은 부위와 피부의 경계가 옆에서 보면 살짝 튀어나와 있다. 즉, 경계가 색깔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명확하게 경계가 주어진다. 그런데 평면의 그림에서 이것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그냔 라인을 그려넣었었는데, 어제부터는 반대로 그곳의 라인대신에 색을 지우기 시작했다.  오히려 더 입술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HW at Jeju

이제 다음은 어디일까? 눈과 입술을 어느정도 완성시키고 나자마자 바로 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욕심이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4 thoughts on “욕심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 제주도에서 워크숍이 있어서 제주에 가서 저녁식사 때 찍은 사진을 그려본 것입니다. 젊은 처자라 예쁘게 그려진 듯 합니다. 원래 이쁘기도 한데, 제가 똑같이 그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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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기린

        안녕하세요^^그림 배우러 다닌 적이 있어요.데생을 할 때는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이해하도록 권하더라고요.그래야 비율이 맞게 정확한 모양으로 그려진다고 하더군요.교수님은 데생을 위한 기본은 이미 익히신 셈이네요 . 멋진 그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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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아직은 사진을 베끼는 수준이라서요.
          시간이 되는대로 연습해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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