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상하던 전병득상의 형식이 바뀌어서 2012년부터 학년별로 학생들이 뽑은 교수를 “최우수교수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2013년에 최우수교수로 1학년 학생들이 뽑아주었다. 어제 행정실에서 메일이 왔다.
사실 해부학이라는 과목은 학생들이 의전원에 들어와 처음 접하는 “맨땅에 헤딩” 그 자체인데다가, 많은 강의시간, 시험을 비교적 어렵게 출제하는 제 성향으로 봐서는 학생들이 좋은 교수로 뽑아주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교육과 학생들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뽑아준 것으로 생각한다. 고마운 일이다.
더욱 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달라는 사회적 주문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의전원의 교수님들은 대부분 열심히 가르친다. 그 누구하나 강의에 소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상을 하게 되니 내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고, 교수로서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의학을 공부하는 두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간단한 답변이 되돌아 왔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닛산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다들 고맙고 감사할 일들이다. 사실 나는 대중앞에 설 때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외향적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기쁨을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든 동료교수님들과 나누고 싶다. 좋은 강의는 결코 교수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강의를 위한 모든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 주어야 한다. 좋은 강의는 말 잘하는 강의가 아닌, 학생을 중심에 둔 정확한 교육목표와 학습목표, 그리고 거기에 맞는 학습 컨텐츠의 선별, 더 나아가 이것을 잘 강의할 수 있는 강의안의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
나는 특별히 스토리텔링식 강의를 선호한다. 그러나 해부학이라는 강의 특성이 스토리텔링식을 고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다. 학생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들을 어떤 식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느냐를 고민한다. 귀찮지만 맥북에어를 강의실에 연결한다. 키노트(Keynote)를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아직까지는 강의실의 컴퓨터는 윈도우즈 기반이어서 키노트를 사용하기 위하여서는 매시간마다 디스플레이로 가는 케이블을 잡아뽑아서 맥북에어에 연결한다.
거기에 난 내 개인 무선마이크를 사용한다. 지금은 무선 핀마이크가 잡음이 없어서 강의실에 비치된 것을 사용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구입한 마이크를 사용해왔다. 내 음성이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는 다시 내 개인 무선마이크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게 좀 더 지식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강의실을 가진 우리대학에서 교수님들은 USB메모리 하나만 들고가면 되는데, 나는 키노트를 사용하기 위하여 보따리(실은 보따리는 아니고 가방이다)를 가져가야 한다. 그 보따리엔 맥북에어와 컨넥터, 전원케이블, 무선마이크가 들어 있다. 마치 보따리장사 같은 느낌이지만 그게 좋은 강의에 도움이 된다면 들고 다녀야 한다.
페이스북과 닛산카페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페이스북의 축하댓글과 닛산카페에 올린 글과 댓글을 아래에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