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박영희선생님이셨다. 갓 교대를 졸업하고 초임발령으로 오셨다. 문제는 1달 정도 가르치신 이후에 군입대를 해 버렸다. 학기중에 군대를 가버렸으니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교감선생님께서 갑자기 담임을 맡으셨다.
교감선생님은 “박태삼교감”이셨다. 내 기억으로 신동리에 집이 있었고, 짧은 머리에 곳곳한 자세와 엄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말씀을 하실 때에서 뺨의 근육을 꽉 깨물고 하셨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무더운 여름이라 복도쪽 창문을 모두 뜯어낸 상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갔다와야 했던 나는 창문을 훌쩍 넘어 복도로 갔다. 마침 복도창문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2학년때 반장이었던 나는 교무실에 수시로 가야할 일이 많았고, 따라서 쉽고 빠르게 가는 방법으로 창문을 넘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조금 앞서 가시던 선생님께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교무실에 간 나는 선생님께 체벌을 받았다.
“이 놈의 발이 창문을 넘었어!”라며 30센티 나무잣대로 발바닥을 계속 때리셨다. 초등학교 2학년이 발바닥을 쉬는 시간 내내 맞았으니 얼마나 아프고 창피한 일이었을까? 그것도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엄하셨던 교감선생님에게 체벌을 받은 후 선생님을 볼 때 마나 숨고 싶었다. 늘 무섭고 놀라고 긴장하곤 했다.
우리 몸에 있는 자율신경계통은 두가지로 되어 있다. 하나는 교감신경이고, 또하나는 부교감신경이다. 교감신경은 부교감신경과는 길항작용의 관계에 있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맥박 증가, 혈압 상승, 소화 억제 등 몸이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긴장된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반응을 싸움-도주 반응(Flight-or-Fight Response)라 한다. 이런 교감신경의 효과는 내가 경험했던 교감선생님을 볼 때 마다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나는 교감신경을 설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나의 “교감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우연히도 “교감”이라는 단어가 일치할 뿐만 아니라 “교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때 경험했던 내 안의 변화들이 교감신경의 기능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명해주면 학생들이 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교감선생님과의 기억은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쉽게 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