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집도식

By | 2016년 3월 31일

봄이 오고 있는 의대 캠퍼스에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집도식이 거행된다. 의대(또는 의전원)에 들어온 학생들이 골학실습을 마치고, 시신을 직접 해부하는 해부학 실습을 시작한다. 다소 긴장된 학생들이 실습실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 눕혀있는 시신들은 천커버로 덮혀 있지만, 학생들은 많이 긴장해 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한다고 생각된다.

학습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집도식은 묵념과 학생대표(황재상)의 추도사, 그리고 주임교수인 저의 코멘트, 그리고 추모비 앞에서의 헌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바로 시작된 실습은 천을 걷어내고, 시신을 닦는 것 부터 시작된다. 이전에 비하여 깨끗한 상태로 보관되지만 아무래도 사망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시신이라 닦아야 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면도기로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첫날은 등쪽 피부를 절개하는 것까지 하게 된다. 첫날이라 일찍 끝내준다고 8시반에 끝냈지만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나니 9시반이 되어버린다. 나는 주임교수로서 몇가지를 당부했다. 특히 자신의 몸을 맡기신 분들의 뜻에 부합되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10 thoughts on “2016학년도 집도식

  1. 김은영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군요.
    “시신 기증자에 대한 희생과 헌신, 그 분들의 뜻에 부합” 강조하신 부분이 와 닿습니다.
    의술에 앞서 정신을 가르쳐 주시는 모습 좋습니다.
    교정 저 뒷쪽에는 목련같이 보인네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어찌 목련을 다 보셨네요..
      우리 교정이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가을엔 더욱 예쁘죠…
      늘 감사드립니다.

      Reply
  2. 유승모

    사랑하는 모든이들의 건강가치를 전달하기위해 나의 아들은 젊음을 모두 바쳐 오늘도 달린다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좌절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의 격려와 자신의 노력으로
    숭고한 건강가치 창출의 미션을 이루리라 믿는다
    항상 겸손하고 나눌줄 아는 의사가 되거라
    돈보다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고 살면 너의 미래는 장대한 일출이 되리라
    사랑한다 아들아 그리고 아빠는 내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는다 영원히….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의전원 학생 부모님이신가 봐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지만 댓글을 잘 안쓰셔서… 저에겐 귀한 댓글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좋은 가치관을 가지고 의전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더 높은 가치의 삶들을 살아가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소망해 봅니다.

      Reply
  3. 진재관

    의사 되어가는 첫발이 참 숭고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의사되세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의대나 의전원 학생들은 대부분 성실합니다.
      졸업하고도 가야할 길이 멀죠.
      그러나 의미있는 일이라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Reply
  4. 김배식

    먼 길을돌아서 꼭 가야할길이라며 선택한 의사가되기위한 첫발을디딘 딸 하고싶은 공부라서 재미있다는 당당한 너의뜻 꼭이루도록하고 뜻이곧다고 어찌 어려움이 없을수있겠겠는가 하지만 모든것은 극복할수있을때 더아름다워지는것 학생들에게 산교육을위해 시신을 기부하신 모든분들의 명복을빕니다 교수님을비롯하여 학교관계자분들께도 고마움을전합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