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는 할아버지댁에만 가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외할머니댁에도 갔다. 외할머니댁은 의신면 칠전리에 있었다. 할아버지댁은 그 마을의 중심에 있었고, 큰 기와집이었다. 할아버지의 가족 구성도를 그리자면 매우 복잡하다. 그려 놓으면 “사실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서는 그 관계를 잘 몰랐지만, 당시에 내가 외할머니라고 불렀던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를 낳은 할머니는 아니었다. 외삼촌 세 분, 이모들 9명(엄마포함하면 딸이 10명)이었다(이 이야기는 내 블로그에 숨은 글로 쓰여있다).
어느 여름방학 때 외할머니댁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할머니댁은 크고 나무도 많았다. 대문입구에 큰 나무 그늘이 매우 시원에서 그곳에 평상을 놓고 놀곤했다. 어느날 매미를 잡았다. 그리고 매미 허리를 연실(일반 바느질하는 실이 아닌 연을 날릴 때 사용하는 두꺼운 실)로 묶어서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평상위에서 잠이 들었다. 그 사이에 실에 묶여 있던 매미가 푸덕푸덕거렸다. 그 때 마당을 돌아다니는 닭한마리가 그 매미를 잡아먹어 버렸다.
잠에서 깬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손으로 쥐고 있는 실이 닮의 부리에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삼킨 매미의 몸에 묶인 실이 계속 닮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천천히. 일반 바느질실이었으면 쉽게 끊어졌을텐데, 연실이라 왠만해서는 끊어지지 않았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고 있을 때, 외할머니께서 닭의 날개를 잡으셨다. 그리고 입속으로 연결되어 있는 실을 잡아당겨 보더니 이내 어떤 결심을 하셨다.
그날 저녁 매뉴는 닭백숙이었다. 매미를 삼킨 닭의 운명은 그날 저녁 식탁에서 백숙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