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양약을 파는 약방이다. 약방앞문은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다. 문은 전체적으로 나무프레임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에 유리가 끼워져 있는 그런 문이다. 문 아래에는 호차(戶車)가 달려서 문턱에 있는 홈과 레일을 슬라이딩 하는 그런 미닫이 문이다.
밤이 되면 그 유리문을 잠그게 되는데, 그 유리문 바깥쪽에는 양철로 된 덧문을 닫게 되어 있다. 나무 프레임에 양철로 된 덧문은 모두 세짝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닫은 후에 유리문을 닫고 잠근다. 양철 덧문은 방범의 목적도 있고, 비바람이 불 때문 유리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해준다. 밤이 되면 덧문 두 개를 먼저 닫아 놓고 마지막에 끼워넣는 덧문을 옆에 살짝 놔두었다가 마지막 덧문을 닫곤 했다.
세 개의 양철덧문 중에서 세번째 덧문을 끼우고, 각목 하나로 마지막 문과 문틀 사이에 끼워넣어 덧문이 열리지 않게 잠궜다. 이렇게 덧문을 단단하게 잠근 후에 다시 유리문을 모두 닫고 유리문을 잠근다. 유리문의 잠근 장치는 매우 단순하게 돌리는 그런 나사식이다. 학교의 유리창을 닫고 잠그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이중으로 문단속을 하였다. 그런데 밤에 약을 사러오면 어떻게 할까?
그것은 바로 투약구의 존재이유이다. 가운데 덧문에는 가로세로 30cm 이하의 투약구가 있었다. 이 투약구는 유리문을 열고, 양철덧문에 있는 투약구를 열어야 한다. 원래 투약구는 훨씬 더 컸다. 40-50cm 정도의 투약구였는데, 언젠가 이 큰 투약구로 강도가 칼을 내민 적이 있은 후로 작게 만든 것이다. 큰 투약구로 칼을 내민 강도는 복면을 하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었고, 인근마을에 사는 알콜중독자였다. 나중에 이 강도와는 친하게 지냈는데, 알콜중독자라는 것이 감안하어 아버지가 용서하고 화해하셨기 때문이다.
아무튼 작아진 투약구는 금골리로 이사를 가서는 문과는 별개로 따로 옆에 투약구를 만들었다. 사실 현금이 거래되는 사회였고, 아무래도 김약방네는 현금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방범에 상당한 신경을 쓰셨다. 따라서 귀찮은 일이었지만 매일 밤마다 양철덧문을 꼭 잠구었고, 유리문도 잘 잠궜다. 우리집은 문단속을 상당히 잘 하였다.
이런 문잠그는 습성은 오늘날 나에게 남아 있다. 아내는 내게 “태권도를 못하니 문을 잘 잠근다”고 핀잔을 주지만, 집의 문을 잘 잠그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방범이 된다. 사실 지금의 우리집은 가져갈 것이 거의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