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

By | 2015년 7월 14일

임상교수 한 분으로 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장궁야오(張功耀)’라는 중국 종남대학교 교수가 쓴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라는 책이다. 그가 쓴 책을 한번 살펴보자. <상대론혁명, 1999>, <과학기술철학교정, 2001>, <문예부흥시기의 과학혁명, 2004>, <고학철학과 과학사 논문집, 2007> 등이 있고, 이번에 이 책이 소개된 것이다.

그는 2008년 3월 29일 광주광역시에 열린 “의료일원화 국제토론회, 동양의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토론회에서 “중의학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학적인 특징도 갖추지 않고 있으나 중국에서의 중의학은 오히려 끊임없이 과학으로 표방되어져 왔다”면서 “어떠한 주의나 주장도 내세우지 않은 고대 중의학은 저속한 신비주의 습성으로 가득 뒤섞인 잡탕(大雜燴)이다”고 비판하며, “중의학은 전형적인 허위의학(허의학, pseudo-medicine)”이라고 표현했다(기사보기).

의학 뿐만 아니라 사회나 문화 뿐만 아니라 과학까지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올 때면 의례 벽에 부딪히는 것이 인간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서양의학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요구에도 절대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권위만을 지키려는 한의학 옹호자들에게 책의 저자는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비과학적인 한의학에 대한 비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별로 지루하지 않다. 다른 관점과 시점의 에서 보는 한의학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그동안의 자신이 언론이나 토론회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두고 있다.

사실 나는 중남대학교를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중남대학교를 검색했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현재 중남대학(中南大学)은 2000년4월, 중남공업대학(中南工业大学), 호남의과대학(湖南医科大学), 장사철도학원(长沙铁道学院) 3개 대학이 합병하여 설립된 교육부 직속 중국중점 종합대학이다. 1952년에 설립된 중남공업대학은 1960년 중국중점대학으로 선정되었으며 1914년에 설립된 호남의과대학(湖南医科大学)은 중국에서 최초의 서약의과대학였고 1953년에 설립한 장사철도학원의 전신은 중남토목건축학원이다.”라고 말이다(사이트 바로가기). 또한 “중남대학은 이공학, 의학, 문학, 법학, 경제학, 관리학, 교육학, 역사 등 10여개 학과를 설립한 국가 중점 종합대학으로 현재 75개 본과전문학과, 207개 석사수여학과, 17개 국가중점학과, 22개 성급 중점학과, 2개 국가 중점실험실, 9개 성급중점실험실, 2개 국가공정연구센터, 4개 성급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큰 대학임에는 분명하다. 그 대학에서 “과학기술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저자는 듣보잡 저자는 아닌 듯 하다.

또한 이 책의 감수사 3명 중 한명이 눈에 띈다. 그는 다름이 아닌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개원의로 있는 “유용상 원장(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 광주 미래아동병원장)”이다. 그는 오랫동안 한의학 비판운동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의 근거는 “세균론 이론이 정립되기 전인 16세기 이전에는 과학과 의학과 같은 학문이 없어 비과학적 행위를 탓 할수는 없지만 근거가 정립된 학문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대에서도 근거가 없거나 빈약한 학문에 눈을 감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의를 제기할 의사들은 없다. 다만, 한의학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버젓이 말도 안되는 치료법들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치 이런 운동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의학의 본고장 중국에서 이런 책자가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한의학이 의학의 한 부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과학은 발전한다. 따라서 의학도 발전한다. 옛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인류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부분에 대하여서는 과감하게 버려야 하며, 새로운 의학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것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인(포괄적 의미)”인이 마땅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해 왔는데….”, “그렇다면 현대의학이 다 고치냐?…”, “환자들이 좋아한다…”라는 식의 회피는 의료인이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다. 이미 자동차가 만들어져서 굴러가는데, “달구지가 좋아”라고 한다면 말이 안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2006년 “호주 보건 및 의학 분야의 최고과학자 10명이 예견한 미래 의학기술”이란 뉴스에서 미래의 의학기술로 “장기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 “유전자가 특정 표적에 작용하는 약품 개발”,  “치료용 백신개발”, “새로운 신경 전달경로 구축으로 신경계통의 치료”,  “출생전 뱃속의 태아의 수술” 등이 거론되었고, 10여년된 지금에는 이것들의 현실화 가능성을 긍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는 이제 이런 과학문명의 발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어깨가 쑤신다며 피를 빼는 사혈이 일반인들에게 “그거 하고 나면 시원하다. 어깨가 아플 때마다 간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는 중지해야 한다. 아직도 생김새로 인간의 체질을 나누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근거바탕의 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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