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광주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호남고속도를 이용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순창을 경유하는 국도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다. 대개는 호남고속도를 달리지만, 간혹 순창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전주의 서남쪽인 평화동을 거쳐, 모악산, 구이를 거쳐 임실을 잠깐 거친 후 순창으로 간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빠지는 국도를 이용할 수도 있고, 88고속도로 순창IC를 거쳐 광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순창쪽으로 갈 때는 아예 국도만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접어드는 국도는 담양읍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과는 또다른 느낌의 메타세쿼이아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길을 달린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진다. 어제는 이 길을 달려 광주에 다녀왔다. 조금 일찍 출발한 탓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감기가 낫질 않아 기침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조금의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담양읍에 도착해서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멈추었다. 좌회전을 하면 이전에 없던 카페들 건물이 들어서 있고 주차장도 있다. 주차관리 요원들도 있다. 여기에서 있었던 몇가지 에피소드를 적어 둔다.
여기에 많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주로 2층까지 건물인데 카페와 카페테리아 등이다. 모양은 획일적이지 않고 나름대로 설계를 해서 지은 건물들이다. 바깥에 내놓은 예쁜 색상의 파라솔과 탁자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그렇고, 또 커피를 절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조심스러워 그냥 둘러 보기만 했다.
두번째는 이제는 요금을 받는다. 성인 기준으로 2,000원 정도이지만 글쎄 이 길에 꼭 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 동쪽 길쪽에 매표소가 있고, 서쪽은 검표소만 있다. 그 길을 걸을 만큼 넉넉한 시간은 아니기에 조금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왔다. 오는 길에 카페들을 아이폰에 담아 보았다.
매표소쪽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에 길을 절반쯤 건넜을 때 왼쪽에서 트럭이 우회전을 하며 횡단보도쪽으로 온다. 이미 건너고 있었으나 위협적으로 운전해 온다. 일단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길을 거의 다 건널 무렵 근처에 있는 주차요원이 한마디 한다. “아니, 사람이 먼저이지, 차가 그렇게 횡단보도쪽으로 밀어부치면 되다. 자신의 길을 방해한다고 쳐다보는 꼴 좀 봐라” 혼자맛이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말이다. 나에게도 들릴 만큼. 그 아저씨에게 말했다. “저 트럭 운전자 한대 쥐어 박아 줄까요?”…라고. “허허허…” 허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아마도 내 뒤통수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나 보다. 주차장으로 오다가 뒤돌아서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신호등에 걸려 있는 그 트럭이 카메라에 잡힌다(아래사진 : 두번째 있는 흰색 트럼이 바로 그 놈이다).
주차장으로 다 왔는데 어떤 승용차 한대가 수입차 옆에 주차를 한다. 운전석 뒤쪽 문이 열리며 초등학생이 내린다. 엄마가 뭐라고 했나 보다. 아이가 갑자기 “안찍었어! 조심해 내렸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그 엄마가 옆차 문콕이 걱정스러웠으면 미리 조금 떨어져 세웠으면 될 일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주차선도 없는 주차장에 왜 그리 가까이 붙이면서 그런 걱정을 하고, 아이에게 큰 소리를 쳐야 했을까? 실제로 그 아기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문제가 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지혜가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무튼 재미있는 목격이다.
메타세쿼이야 길은 몇번 온 적 있지만 오늘은 그 나무의 유래를 처음으로 읽어 보았다(이전에 읽었어도 잊어버렸을 수도).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아름다운 길이다. 나는 대학 1학년대 동아리에서 실시하는 훈련등반에서 처음으로 이 길을 뛰었다. 추월산에서 담양읍까지 뛰어오는 길에 바로 이 메타세쿼이아길이 있다. 평생동안 잊을 없는 짧지만 혹독한 시간들을 경험한 곳이 바로 메타세쿼이아길이었다. 인간의 한계까지는 아니었지만, 내 자신과의 육체적 힘듬을 경험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던 곳이 바로 이 길이기에 내게는 따뜻하게 다가오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보다는 늘어선 나무들이 있는 길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저 길에는 보행자만 통행하면 좋겠네요.
자동차나 자전거도 못들어오게 하구요.
>> 케이프타운에서
메타스쿼이아길 소개 보다는..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를 적고자 했습니다. ㅋㅋ
그 길로는 차는 못들어가구요.
사람만 다닙니다.
예전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었으나..지금은 옆으로 넓은 도로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