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이해되지 않는 한가지가 바로 “메모하는 습관”이었다. ‘아니 젊은 여자가 왜 저렇게 메모를 하노?’라는 생각을 했었죠. 당시만 해도 메모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저장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던 시절이기에. 그런 이유로 ‘이 여자가 머리가 나쁜가?’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중에 보니 아내가 저보다 머리가 더 좋네요. 기억력도 좋구요. (더 젊어서 그런가?) 아무튼 아내의 메모습관이 지금도 계속된다. 일일히 꼼꼼하게 메모하는 습관의 장점은 절대로 놓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딜 가게 되더라도 “어머, 깜빡했네. 그걸 왜 안가져왔지?”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질 못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아예 표현을 안한 걸까? 뜨아~~)
집안 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메모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는 사소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기도 하다. 그러나 메모를 해놓으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된다. 간호학원에서 일하는 아내는 때로 수업시간이 변경되기도 한다. 그런데 월말이 되어서 정산할 때 되면 서로 헷갈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는 직원까지도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시간의 오차가 발생하곤 한다. 그런데 아내는 늘 정확하게 기억해 낸다.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니라 메모를 보고 말할 뿐이다.
자녀를 키울 때나 남편에 대한 내조에서도 메모하는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시댁의 자잘한 것들도 기억에 의존하기 보다는 메모를 보고 알아낸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 기억은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 메모하는 습관이아 말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