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옥마을을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친인 교수님 한 분이 질문을 하셨다. “김교수님 정말 궁금한데 이렇게 한옥마을에 자주 출현하시는 이유가 한옥마을이 좋아서만은 아니시죠?”라고 질문을 하셨고, 그 글에 다른 페친이 “저도 궁금한 내용 ㅋ”라고 글을 썼다. 숨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렇게 적어 둔다.
한옥마을의 자주 가는 이유는 “산책”이다. 단순히 산책을 위해서 거기를 간다는 말인가? 맞다. 산책을 위한 방문이다. 물론, 우리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한옥마을이 꼭 산책코스이어야 하는가?이다. 사실, 우리 동네도 도시라기 보다는 시골마을이다. 아파트도 오래되었고, 주변환경도 구도시이다. 아파트값도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 산책을 하려면 힘들다. 평지보다는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산책을 할만한 길도 없고, 인도도 부족하고, 자꾸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차도를 건너야 한다. 전주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젠틀하지 않다. 보행자 중심이 아닌 자동차 중심의 도시이다. 이 부분은 내가 전주에 살기 시작한 이후에 줄곧 이야기해 오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동네에서 산책하는데 적합하지 못하다.
한옥마을을 산택코스로 정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아직 정년을 하려면 12년 정도 남아있다. 따라서 최근에 정년 이후에 어디에서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만나면서, 나의 재정상태 등을 고려하여 몇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정년을 한 후에 거주하려고 하는 곳은 먼저, 바울교회와 가까워야 하고, 한옥마을에 가까워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따라서 눈에 들어왔던 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인 효자동 1가를 비롯하여 동완산동, 서서학동 정도였다. 약 한달간 그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집을 지을 땅에 관심을 가진 것은 50년이 넘은 내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반대를 했다. 땅이나 주택을 투자로 보기 때문이다. 나는 투자 같은 것은 모른다. 관심도 없다. 내가 살 집이 필요할 뿐이다.
따라서 바울교회와 한옥마을 중간 정도인 동완산동에 눈길이 머물렀다. 전주에서도 빈민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도 그 동네에 가면 “가난”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 이유로 땅값이 그리 쎄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돈이 별로 없는 나로선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만일에 그곳에 땅을 사서 집을 짓는다면 그 마을에 주민으로서 그들과 함께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맑은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새벽에도, 그 동네를 가보았다. 가난한 이유인지 점쟁이나 무당집들이 많은 곳이지만, 전주시에서도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중인 곳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곳에 땅을 살 돈도 없고, 집을 지을 생각도 접은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내가 정년 이후에 전주에 산다면 나는 바울교회와 한옥마을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산책로로 선택한 한옥마을을 자주 가보는 것이다. 또 한옥마을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21년째 전주에 살면서 전주에 대하여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집부근(집 근처에 바울교회가 있다)과 학교부근 이외에는 잘 모른다. 동완산동이라는 곳이 전주에 있다는 것을 2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과 비슷하다. 전주에 많은 세월을 살았지만 전주에 대하여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전주에 대하여 알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그 일환 중 하나가 한옥마을부터 좀 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옥마을 건너편에 있는 남부시장의 동쪽 끝에 있는 다리가 “싸전다리”이다. 누군가에게 전주 지리를 물으면 종종 등장하는 곳이 바로 싸전다리이다. 거기서 부터 설명을 한다. 그런데 나는 싸전다리의 위치를 모르니 설명해주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로 오히려 예전보다 더 전주를 열심히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전주에 처음왔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바쁘게 살았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전주에 대하여 모르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존재한다. 따라서 전주를 더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대 근처의 효자동은 신시가지이다. 솔직히 나는 그 쪽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구도시에 대한 것은 좀 더 알고 싶은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가보는 동네들이 많아졌다. 그냥 스쳐지나쳤던 마을들도 이제는 한번씩 들어가 본다. 그냥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런 미안한 마음이 동완산동에 들어가 살아볼 생각도 해보았던 것이다. 처음엔 자신감도 있었으나, 몇개월간 간 경험으로는 “괜한 열정”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전주를 좀 더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계속 남아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전주로 이사와서, 아이들은 전주에서 잘 성장해 주었다. 물론 그들이 전주에서 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전주에서 계속 살 것 같다. 그렇다면 전주에 대하여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당분간 한옥마을 산책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