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작은 볏집 바구니 하나가 있다. 우리가 보통 “메꾸리”라고 부르는. 나의 친할아버님이 만들어주신 물건이다. 진도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는 두가지의 취미가 있었다. 하나는, 시조를 읊는 것이고, 또하나는 볏짚으로 작은 바구니를 만드는 것이었다.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가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시조 한구절을 읊으시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할아버지는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무렵 전주 대사습놀이에 장년부 시조대회에 참가하신 적이 있다. 진도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에 있는 우리집에서 하룻밤 머무셨었다. 아무튼 할아버지의 이른 아침의 시조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할아버니는 볏짚으로 작은 바구니들을 매우 작은 것부터 조금은 사이즈가 있는 것까지 다양하게 만드셨다. 물론 쌀을 담을 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소품을 담을 수 있는 사이즈로 만드셨다. 몇 개가 있었는데 다 정리했고, 이제는 한 개만 남아 있다. 집을 정리하다가 붙박이장 속에 숨어 있던 이 작은 바구니를 찾았다. 사진으로 남겨 둔다. 사이즈를 가늠하기 위해 앞에 애플 펜슬을 놔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