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암기만 잘 하는 놈들이라고?

By | 2020년 9월 11일

동맹휴학과 국시거부, 그리고 의료파업으로 인해 의사와 의대생들은 사회적 분노의 대상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그런 글을 하나 보게 되었다.

“의대생들은 암기만 잘 하는 놈들”

과연 그럴까? 의대생들은 정말 암기만 잘 하는 걸까? 나는 88년에 졸업한 이후에 줄곧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살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내가 학생들을 감싸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의대생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괜찮은 놈들”

이라고 말이다. 이것이 한마디로 표현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놈’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태클거는 사람들은 없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왜 암기를 잘하는 놈들이 되었는지 좀 알려주고 싶다.

의대생들은 본과에 올라오면 “해부학”을 배운다. 해부학은 우리 몸의 구조를 배우는 학문이다. 인체의 구조를 모르고 질병에 대하여 배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동차 구조를 모르는데 자동차를 고칠 수 있나? 그런데 우리 몸의 구조는 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육안구조와 미세구조를 해부학과 조직학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가장 어렵다고 하는 신경해부학을 배운다. 일단 몸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구조의 명칭도 모르고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의학교육의 학습성과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OOO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우리 몸의 구조를 설명하려면 몸의 구성과 명칭, 그리고 주변의 구조물과의 위치관계와 연결 등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야 한다. 그 기본은 구조의 명칭을 아는 것이다. 명칭을 외우는 것은 기본이다. 이것은 무조건 외워야 한다. 이런 과정을 조금 들여다 보고 “암기만 잘 하는 놈들”이라고 비아냥대지 말라. 누군가 내 글이 거슬리면 나에게 말하라. 내가 만든 해부학의 일부분의 동영상을 줄테니 보고, 인체의 구조물들의 명칭을 외워보길 바란다.

그런데 구조만 알면 의사가 되나? 그렇지 않다. 기능과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야 한다. 거기까지를 우리는 기초의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질병에 대하여 배운다. 질병의 명칭은 기본이고, 거기에 질병의 원인부터 증상, 치료, 예후까지 배운다. 이글을 보는 일반인이 있다면 한번만 생각해 보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질병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를 말이다. 이렇게 공부하고, 병원실습을 돌고, 의사국가고시를 본다. 그런데 그냥 학년을 올라가냐는 말이다. 의대에는 다른 학과에서 보기 힘든 제도가 있다. 그것이 바로,

“유급제도”

이다. 다른 학과는 그 과목에 대하여 재이수를 하면 된다. 의대생들에게는 재이수란 없다. A를 맞은 과목도 한 과목의 F 때문에 모든 과목을 다시 배우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5% 정도의 학생들이 유급을 한다.

의대생들을 까려면 유급제도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학생의 유급은 늘 힘든 결정이다. 그것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을 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고민의 고민을 해서 결정하는 것이 유급제도이다.

다시 ‘암기’ 이야기로 가자. 의학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할 것이 많다. 누가 그렇게 힘들게 암기하고 싶겠는가?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없이 의사가 될 수 없다.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쉽게 의대를 가는 길을 열어주면, 이제는 쉽게 의학을 배우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다.

“제기랄!”

더 심한 욕을 하고 싶은데 참는다(입에서는 이미 나오긴 했다). 의대생들은 괜찮은 친구들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괜찮은 놈들이다. 간혹 그들을 야단을 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그렇게 해보는 것이다.

그들(의대생들)의 행동이 밉게 보이더라도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 대하여서는 조금은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하나 남겨 본다. 그리고 발생학과 해부실습과정도 좀 적으려다가 글 길어지면 안되니 줄인다.

뭘 좀 알고 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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