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좋아한다

By | 2020년 12월 22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집에 항상 개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 주로 바깥에서 살아야 하는 개들은 수명이 짧았고(대략 5~6년), 개들이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죽는다든지, 사고를 당한다는지, 아니면 실종되는 일이 많았다. 중학교때까지 그렇게 시골에서 개들을 키우면서 개들을 엄청 좋아하면서 살았다.

강아지를 사오면 마루밑에 있는 강아지집에서 강아지는 밤새 울었다. 집을 떠나오고, 어미를 떠나왔는데, 밤새 혼자서 그렇게 밖에 있어야 하니 당연히 무서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절대로 집안에 들여놓지 않으셨다. 몰래 담요에 싸서 방으로 데려오기도 했지만, 이내 강아지는 밖으로 쫒겨나곤 했다. 그 당시는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을 때이다.

집에서 키우던 개와 교감을 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 2주간 정도 집에 머물면서 새로 구입한 강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개는 완전한 순종이 아닌 진도개 믹스견이었다. 2주간 참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광주로 왔다.

그리고 두달 후 추석 때 집에 내려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아지 이름을 불렀다. 강아지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멈칫했다. 고개를 돌려서 몇 초 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아주 빠르게 내게 달려든다. 꼬리를 과도하게 흔들고, 심지어 마당에 오줌을 지린다. 내게 달려들어 머리를 비비고 난리법썩을 떤다. 두달전에 만났다가 헤어진 나를 정확하게 기억해낸 것이다.

그렇게 ‘개를 키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은 없었다. 2000년대 초에 교회 집사 한명이 강아지 키울거냐?며 건내 준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갔다가 곧바로 되돌려준 일 이외에는 강아지를 품에 앉을 수 있는 기회마져도 40년 동안 없었다.

그 사이에 세상이 변하였다.

“반려견”

개는 인간의 반려자로서 인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개가 집안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또 예방접종 등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개들의 평균수명도 길어졌다. 토종견보다 수입산개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물론 토종견인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는 천연기념물로 정해져있다.) 방송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온통 개세상이다.

나는 최근에 “랜선집사”가 되어서 개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경험만으로 알고 있었던 개에 대한 지식을 넘어, 개에 대하여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개를 키울 생각이냐?”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아직 개를 키울 환경이 되지 않는다.”

개는 쉽게 키울 동물이 아니다. 어항 속의 금붕어를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개는 인간과 소통하면서 살아가야 할 지능이 있는 동물이다. 어찌보면, 자식을 하나 더 키우는 셈이다. 그냥 예뻐서 키우는 그런 금붕어가 아니다. 원칙을 일관성있게 적용해야 하고, 규칙에 대하여 엄격해야 하고, 또한 사회성까지 길러주어야 하는 동물이다.

단순히 마음만 먹는다고 개를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키울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환경이 되어있다고 개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준비 뿐만 아니라, 개에 대하여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견종에 대한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어려우면 어떻게 키우냐?”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내가 어렸을 때 마당에서 풀어놓거나, 견사에 목줄에 매어 개를 키우던 시절이 아니라다는 뜻이다. 개를 자신의 반려동물로서 인식하고, 그렇게 보호자로서 살아가야 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었을 때에 개를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유기견들이 도로에 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개에 대한 생각이 나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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