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By | 2021년 1월 19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사회는 “층간소음”이라는 문제가 유발되고 있다. 최근에 어느 연예인의 사진이 공론화되고, 그들이 서둘러 사과하는 둥 사회의 여기저기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설계나 건축시공의 문제부터 건축법규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지금 이 시간에도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왜 그리 예민하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고, “조금만 참아라”라는 조언을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소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도 내 블로그에 “층간소음”에 대한 글들이 여러개가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윗층이 새롭게 이사오면서 시작된 층간소음은 소음 자체 보다는 그들의 “무례함”에 더욱 큰 상처를 받았고, 내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3년 전에 2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떠나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것도 층간소음과 무례함이 컸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경험이 있다.

90년대 초에 결혼을 해서 광주 북구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서 살 때이다. 30대 초중반의 아주머니가 벨을 눌러서 나가 보았다. 손에는 접시 위에 포도가 몇 송이 있었다.

“저의 남편이 OO은행으로 발령나서 광주로 이사왔어요. 그런데 저희집에 아들이 둘 있어서 매우 뛰기 때문에 아랫집에 폐를 끼칠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하려고 왔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수개월 동안 층간소음은 없었다. 그 후에 엘리베이터에서 그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층간소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아랫층에서 수시로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었다.”라는 말을 했다.

사실 ‘층간소음으로 아랫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인지를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층간소음을 별로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만 아랫집을 생각해준다면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양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그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층간소음 유발자들의 “무례함”이다.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 이외에 더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예민하니 그렇다.”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핑계거리만 갖다대기도 한다.

아파트라는 주택문화 안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겐 층간소음 문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때론 무례한 이웃을 만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사적인 이웃을 만날 수도 있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조심한다면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 thoughts on “층간소음

  1. 김은영

    제가 국내에 있을 땐 위층집과도 서로 인사하며 잘 지냈던 기억입니다.
    왠만한 일들이나 실수는 서로 웃고 지나갔습니다.
    이젠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이면은 그렇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번 사셨던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불편하셨던 글들도 꽤 읽었습니다.
    지금은 고요한 동네와 주민들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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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이웃과 잘 지내는 일은 참으로 복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노력도 뒤따라야 하구요.
      전에 살던 아파트는 윗집이랑 잘 지냈는데…..
      새로운 분이 이사오면서…개판이 되고 말았죠.
      가장 힘든 것은 “무례함”과 “비상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이사를 서두르게 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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