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침에 문자가 왔다.
교회창립 40주년 기념주일에 원로목사님이 설교하는 예배와 찬양콘서트로 열리는 밤예배에 대한 문자였다. 순간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작은 개척교회에서 부지런히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는데 주역을 한 원로목사님의 40주년 기념예배의 참석과 설교는 그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모습이긴 하다. 그러나 그저 경축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옛 추억에 잠겨있을 그런 여유로운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수년 전에 원로목사의 은퇴와 새로운 목사의 부임 직후 교회는 분열되었다. 워낙 덩치가 큰 교회이다보니 명맥이 유지되는 것일뿐, 실질적으로 개혁적 생각을 가진 성도는 상당수가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밤에배배는 찬양콘서트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말그대로 40주년 잔치를 벌리는 형국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바울교회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큰 위기에 빠졌고, 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미 교회의 철학은 사라지고, 무늬만 남은 형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40주년이라는 숫자에 취해있는 셈이다.
바울교회가 위기인 것은 성도수의 감소나 예산의 부족이 아니다. 다음세대에 대한 비전이나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위기이다. 물론 그 위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려 있다. 요즈음 교회에 출석하려는 사람이 적다. 쉽게 말해, “교회 나가도 별 것 없더라.”라는 분위기가 팽배되어 있는 세상에서 누가 시간과 돈을 들여 교회에 나가겠는가?
거기에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성도들에게서 그 원인이 있고, 작금의 성경적 바탕이 빈약한 목회자들이 그 다음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목사들이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 없지만, 대형교회의 목사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바울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바울교회가 사는 길이 없을까?
바울교회는 다음세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저 허황된 단어들의 조합이 아니라 진정 젊은 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개발과 공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노인세대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교회를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목사들이 직장인처럼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교회를 부흥시킬 수 없다. 대형교회는 곧 안정된 직장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 한, 아마도 바뀌지 않을 교회문화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살신성인의 정신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교회의 멸망은 불보듯 뻔하다. 그것이 바로 바울교회의 미래하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는 헌금을 (긁어)모아서 건물 키우는 곳이 아니다.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교회건물은 예배공간일 뿐이다. 거기에 가치를 두면 안되는데, 돈이 있으면 건물을 치장하여 화려하게만 만들어간다. 지금 나이든 세대들이 이 땅을 떠나면 다음 세대들이 지금처럼 헌금을 할까? 지금처럼 헌신을 할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단순히 교회건물을 키우는데 집중해서는 안되고,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공간으로 계속 변모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라. 요즈음 교회를 전혀 다니지 않았던, 말그대로 생초신자가 바울교회에 얼마나 오고, 또 얼마나 성도로서 성장하고 있는가? 종전에도 그랬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교인들의 수평이동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로 인해 새로 등록한 교인수는 매우 적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연명식(?) 교회운영은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10년 20년 30년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고, 지금의 예산을 재점검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들어온 헌금을 무작정 저축해서 쌓아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 바울교회에 맞는 목회자나 직원 수에 대한 점검과 역할에 대하여 심도있게 연구하고 해결책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헌금이 줄면 자신의 봉급이 줄어들 것에만 관심있는 목회자나 직원들이 성도들의 피같은 헌금의 가치를 얼마나 알까? 그저 봉급장이일 뿐이다. 지금의 모습은 절대로 이것에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 장로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의 당회의 모습으로는 절대로 안된다. 지금의 구성원으로도 안된다. 그것을 몇년 동안 계속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당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교단법을 살펴야할 일이지만, 일단 당회가 당회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회를 대신할 어떤 기구가 필요하다. 장로가 아닌 집사들 중에서도 얼마나 바르고 생각이 깊은 분들이 많은가! 그 분들이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닫힌 당회라면 바울교회는 비전이 없다.
40주년, 그리고 지방도시에서 큰 교회를 이룬 바울교회는 그저 대형교회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다시금 개척교회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화려한 속에 숨겨진 천박함을 내어던져 버리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바울교회의 미래는 전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