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립니다. 따스한 봄기운에 활짝 피었던 꽃들이 떨어집니다. 인적이 드문 의전원 캠퍼스에도 봄비가 내립니다. 빗소리만 들립니다. 2호관에서 1호관쪽을 바라보는 명의정(정원이름)도 조용하게 봄비를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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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정의 산유수도 비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니 봄비에 몸을 푹 젖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산수유 아래에 많은 꽃잎들이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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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도 봄비를 듬뿍 맞고 있습니다. 산수유와는 달리 벗꽃들은 아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빗물을 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아래 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이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 아래에는 역시 벗꽃의 꽃잎들이 새롭게 푸르게 올라오는 잔디위에 떨어집니다.
고목도 봄비를 맞습니다. 그러나 고목의 몸에서는 새 생명이 다시 자라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늙고 죽는 운명이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겪어야 할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대생들은 목련꽃이 필 무렵이면 뼈를 들고 운다”라는 말은 의대캠퍼스의 전설입니다. 그 목련꽃이 이제는 지려는가 봅니다. 목련꽃이 져야 학생들은 뼈공부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되니까요.
봄비는 사람이 다니는 길 위에도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긴 겨울을 씻어내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더운 여름을 미리 식히려는 것일까요? 길위에 고인 물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몇초동안 만들어지는 물방울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봄비는 명의정에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