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그리고 엄마…

By | 2011년 1월 11일

간혹 아내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함께 살고 있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아내를 생각해 볼 기회를 얻습니다. 제가 먼저 집에 와 있다거 하는 상황이 되면 더욱 아내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살 처녀때 저를 만나서 이젠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된 아내를 생각할 땐 늘 먼저 “감사”란 단어를 떠 올리게 됩니다. 오늘 저녁도 그런 생각에 휩싸입니다. 서울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아내를 말입니다.

실은 어제 밤 저는 서울에 있었습니다. 학교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연가를 하루 냈습니다) 오후에 급하게 내려와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젯밤 부랴부랴… 대신 강의할 사람을 찾아서… 오늘 아침 6시 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저를 대신해서 서울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 주고, 전 2시차로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전에 전주에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추운 아파트…. 그래서 보일러를 좀 빵빵하게 틀었습니다. 서울에서 도착한 아내가 좀 더 따뜻한 집안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아파트는 난방이 참 잘 안되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보일러를 틀어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오늘만은 좀 빵빵하게 보일러를 틀어보고 싶습니다.

어젯밤의 결정과 오늘 아침의 행동은… 아내가 얼마나 지혜롭고 슬기로은 여자인가?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남편의 일이 최선이 되도록 자신을 희생해 가는 아내의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덕분에 오늘 저녁에 전주에서… 해야 할 숙제(?)가 정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학과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모든 문제가 아내의 행동 하나로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고 곤란하지만 결론 그렇습니다.

간혹 아들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너희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만큼 객관적으로 자녀를 양육한 사람은 많이 않을 것이다. 엄마가 감정적으로 너희를 대한 적이 있다면 한번 기억해 보길 바란다”라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아내를 생각할 때 마다 “참 인격적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제게는 축복입니다.

간혹 그런 이야기를 아내에게도 합니다. 아내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뭐 사고 싶은 것 있어요? 아니면 이미 샀나요?”라고 묻곤 합니다. 그러나 물건을 사고 싶어서 아내를 추겨 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참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내에게 갖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아내에게도 분명히 자신을 가꾸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하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살아온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아내가 올 여름에는 영국여행을 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2010년에는 저축을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저축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본 것 같습니다. 사실 작년에…저축을 조금 해 두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위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온가족이 한번 가보고 싶은 유럽여형입니다. 아직도 모아야 할 돈이 더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본다는 것이 제게는 감사할 일입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아내를 위한 첫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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