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By | 2011년 3월 26일

아마도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먹어왔던 라면… 자취생이라면 지겹도록 먹어봤을 듯한 음식 바로 라면이 아닐까?

삼양라면만 라면이라고 알고 있던 시절부터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까지 라면은 저의 즐겨먹는 음식이다. 오늘 점심도 신라면을 끓어 먹었다. 라면을 맛있게 끓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라면을 끓이고, 면을 거의 건져먹을 때 쯤 남은 식은 밥을 말아서 먹는 맛은 아직까지 라면이 식사로서 충분하게 만든다.

새벽에 일어나 서울 작은 아들에게 가는 아내를 고속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주고 와서 모처럼 늦잠(원래 늦잠을 못자는)을 자다가 9시쯤 일어나 청소를 시작했다.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피아노를 앞으로 끌어내서 뒤에 쌓인 먼지와 피아노 뒤쪽으로 떨어진 여러 물건들을 골라낸 후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문제는 피아노의 무게 때문에 이제는 약해진 허리로 인해 낑낑대며 피아노를 넣었더 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피아노 뒤 장판위에 먼지 뿐만 아니고 피아노 뒤판의 나무에 쌓인 먼지도 만만치 않았다. 거의 5년 이상 먼지를 털지 않았으니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피아노의 앞판을 뜯어 오랫만에 피아노 속의 먼지도 다 털어냈다. 마지막으로 건반과 피아노 덥개에 이르기 까지 피아노에 쌓인 모든 먼지를 닦아냈다.

내친 김에 현관 들어오는 유리문의 틀에 낀 먼지까지 모두 털러냈다. 그리고 아침을 먹지 못한 기억을 되살리니 배가 고프타. 물을 가스렌지위에 올려놓고 그 사이에 세탁기에 들어있는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았다. 어젯밤에 말리지 못한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다시 라면을 봉지에서 꺼내고 냉장고에 남은 두개의 계란 중 하나를 꺼내 가스렌지 옆에 두었다.

그리고 저의 라면 끓이기의 필살기 “라면집게”를 꺼냈다. 끓는 물에 라면을 넣고 스프는 80%만 넣고 야채스프는 몽땅 컬어넣는다. 약간 라면이 풀리려는 순간 계란을 깨서 넣고 (계란을 넣지 않고 먹는 라면이 더 깔끔하다) 집게로 라면과 계란을 동시에 꺼냈다가 넣었다가를 반복한다. 오늘은 왠지 라면을 좀 더 퍼지게 끓이고 싶어서 약간의 시간을 더 주었다.

그리고 코넬 대접(각시가 이 대접을 얼마나 아끼는지…ㅋㅋㅋ)에 라면을 옮긴 후에 식사를 시작했다. 라면을 먹을 때의 식사기도는 가능한 짧게 하는 것이 라면을 맛있게 먹는 노하우이다. (교회 청년부에서 라면 끊여놓고 대표기도하는 장로님의 긴 기도는 라면에 대한 나쁜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다들 이런 기억 한번쯤은…ㅋㅋ) 아무튼 짧은 기도가 끝나자마자 혼자서 재빠르게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물론 작은 접시 하나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대접에 있는 라면(이걸 본체라고…)을 접시로 옮겨다 놓으면 국물속에서 라면이 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세번에 거쳐 라면을 접시로 옮기면서 먹은 후에, 라면 본체를 적접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건더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 때 밥을 넣는다. 너무 많은 밥을 넣으면 라면의 맛이 떨어질 뿐더러 과식을 하게 된다. 아무튼 밥을 국물에 완전히 잠길 정도(국물을 따로 떠 먹을 정도는 되어야)로 넣은 후 잘 섞은 후에 밥을 먹는다. 밥알을 듬뿍 뜨면 국물이 수저 옆으로 흘러내일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렇게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앗! 보리차가 없다. 아뿔사. 여기서 꼭 보리차를 먹어야 하는데 할 수 없이 레몬에이드를 꺼냈다. 어제 밥에 한모금 마시고 놔둔 레몬에이드를 마신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뿌뚯함이 몰려온다. 이 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인류가 만들어낸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 라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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