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2006학년도 부터 의전원으로 바뀌었다. 2016학년도까지 유지가 되니 만 11년의 시간동안의 대학운영 제도인 셈이다. 학생수로 따지만 1,100여명의 학생들이 의전원 출신이 된다.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던져진 떡밥에 속아(이렇게 밖에 말할 수 밖에 없는 결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의전원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다. 처음의 긍정적 의도(물론 이 의도를 너무 확대해석하면서 나타날 단점을 그 뒤에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의식하지 않으려 한 것이 문제이지만)를 잘 살리기만 한다면 괜찮은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 4개 대학만을 제외하고(가천의대도 결국 의과대학으로 되돌아섰다) 모두 기존의 의과대학 제도를 선택하였다.
당장 보여지는 문제점들과 장점들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 일을 통하여 “교육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는 좀 더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인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면 오두방정을 떤다. 그리고 전혀 준비없이 시스템을 확 바꾸어버린다. 그것을 주관하는 기관의 무슨 업적인냥 떠들어댄다. 제대로 검증도 거치지 않는 채 말이다.
“미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하고 있다”라든가, “선진국의 시스템이다”라고 떠벌였다. 한마디 하자. 그렇다면 초중고의 시스템이 그들과 같냐?라고 묻고 싶다. 초중고의 교육시스템과 교육 철학이 우리와 같냐?라는 것이다. 한복을 입어야 예쁜 우리의 체형에 양복을 입는다고 우리가 탐크루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정책입안자들은 그 정책이 실패하여도 그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 그냥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혼란스럽고, 심지어 대학도 혼란의 시간에 수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라는 것이다. 생각없이 내놓은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혼란속에서 보내야 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대학은 내년까지 의전원 입학생을 뽑고, 그 학생들이 2020년 2월에 졸업을 한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의과대학을 운영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면서 “의예과”를 의과대학으로 소속시키고 있다(이전에는 수많은 대학의 의예과는 자연과학대학 소속이었다). 우리대학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의사(good doctor)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의전원생 자신이나 교수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육과정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2017학년도부터는 의예과생들이 본과에 올라오기 때문에 또다른 모습의 대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교육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년대계의 교육이 의학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곧 의전원 9기 학생들이 입학을 한다. 늘 그렇지만 신입생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새학기의 느낌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준다. 그들이 의학에 입문하여 멋진 의전원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조용한 토요일 오후 연구실에서 몇자 적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