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59] 술먹으면 개

By | 2014년 9월 20일

술마시는 사람우리동네에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아저씨가 있었다. 전형적인 알콜중독자의 모습이다. 자식은 몇명이 있었고, 아저씨는 덩치가 컸고 아줌마는 약간 통통하였지만 키는 작은 여자였다. 당시에 술꾼들의 특징은 모두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술과 담배, 도박은 늘 함께 묶여 다닌 셈이다. 그 아저씨는 평소에는 순한 양처럼 행동했다. 가난했지만 다른 집 일들도 잘 도와주고 아이들에게도 잘 해주었다. 그런데 술만 마시면 신작로에 들어 눕는다. 그냥 누워있으면 되는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말리면 말리는 만큼 더 크게 소리를 내고, 행패의 시간도 길어진다.

문제는 차량의 통행을 막는 것이다. 덩치가 컸던 아저씨를 치우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버스기사가 홧김에 내려와 시비가 붙으면 버스는 30분 이상 멈추어서 가질 못했다. 그것을 아는 기사들은 시비를 걸지 않고 가족을 찾아 데려왔다.

아줌마가 뛰어와서 용서를 빌고, 아저씨를 끄집어내려고 해도 큰 길바닥에 그렇게 누워서 버티곤 했다. 그런 아저씨 때문에 아줌마는 챙피해 했고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어느날 집에 와서 아버지께 여쭙는다. “장에 가면 술 끊는 약이 있다는데 그걸 먹여 볼까요?”라고. 아버지는 그 아줌마에게 그 약을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많이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해 주었다.

그러부터 한 두달이 지났을까? 그 아저씨가 술을 끊었다는 것이다.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그 아줌마가 장에서 몰래 약을 사다가 술에 타서 주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 술 끊는 약은 “Disulfiram(디설피람)성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약물은 술과 섞여 마시면 심한 구역, 구토, 어지러움, 두통, 심계항진, 심장의 통증, 빈맥, 저혈압, 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것을 한번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 아저씨도 그랬다. 그 때 경험한 두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술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실은 그렇게 그런 약물이 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아줌마 입장에서는 남편의 술주정으로 인해 창피한 삶을 사는 것 보다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다. 목숨을 건 선택이었다.

죽는 것 보다 더 창피한 남편의 술주성을 끝내려는 아줌마의 행동은 마을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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