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녹음하고 믹싱한 음반 하나

By | 2017년 7월 4일

오늘 저녁, 나는 나의 골방(?)에 숨어서 예전의 음반들을 뒤지고 있었다. 음반 하나가 내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의 어느 국가에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작정한 후에, 출국 전에 녹음을 해서 현지에 가져가시겠다고 나에게 오셨다. 좋은 녹음실이 많이 있겠지만, 어떻게 저에게 왔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그 분과 내가 어떻게 연결고리가 있는지 기억이 없다. 또한 내가 전문 음향이나 녹음 엔지니어도 아니고, 녹음환경도 교회 교육관 한쪽을 막아서 만든 열악한 녹음실이었다. 당시에는 나에게 쓸만한 프리앰프나 컴프레서도 없었다. 그저 저가형 기기들만 즐비했었다.

가져온 반주는 이미 라이브용 반주로 사용되는 일명 MR 상태로 가져왔다. 따라서 반주에 녹음된 악기들은 어떻게 손을 볼 수 없었고, 다만 녹음된 목소리와 반주를 최대한 밸런스를 잡는 작업이 전부였다.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물거리긴 하지만 그 분은 12곡의 노래를 거의 쉬지 않고 몇시간 동안 불렀다. 최선을 다해 한 곡 한 곡을 불러 나갔다. 죽기를 각오하고 부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음반이 만들어졌다. 몇 장의 CD를 구워서 드렸는지, 어떤 파일 형태로 드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검색을 해보아도 잘 나오지 않고, 최근에 어느 의료선교단의 현지 사역을 도왔다는 기록이 나올 뿐이다. 물론 그 전의 기록이 몇 개가 나오긴 하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정보는 아니다. 나라와 이름이 맞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사역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어떻게 사역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도 찬양사역을 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벌써 6번째 곡까지 흐르고 있다. 그 사이에 아는 목사님과 통화도 했다. “내가 OOO선교사님 녹음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어떻게 나와 연결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혹시 아시냐?”라고 말이다.

음반으로서는 음악적 가치가 떨어지는 음반이지만, 그가 진정성있게 불렀던 노래답게 8년이 지난 지금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좋은 반주자와 좋은 음악실에서 작업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더운 녹음실 안에서 열심히 찬양하던 모습이 떠올라 음반 자체로도 내게는 커다란 감동이다.

아마도 이글을 써놓고도 12번째 음악까지 모두 들어 볼 듯 하다. 이 문단을 추가하는 동안 11번째 음악이 흘러 나온다. 그런데 이 찬양은 음이 찌그러진다. 아~~! 안타깝다. 당시에 왜 그것을 찾아내지 못했을까? 11번째라니 짐작이 간다.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을 시간이다. 글을 쓰고 고치고, 사진을 올리는 사이에 벌써 12번째 곡까지 왔다. 마지막 곡은 “사명”이란 곡인데, 우리말로 부른다. 1번부터 11번까지 열한 노래는 현지어로 불렀는데, 이 찬양만 우리말로 불렀다. 선교지로 떠나는 선교사의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다.

이런 음반이 내게 있다니, 그 자체로도 감동적인 밤이다.

4 thoughts on “2009년에 녹음하고 믹싱한 음반 하나

  1. 김은영

    사진을 보고 ‘이런 취미도 있으셨나?’ 했답니다.
    글을 읽어 가는데 따뜻한 마음 잔잔히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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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하하하…
      취미치고는 매우 고약한 취미였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그런 취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레코딩을 하지 않습니다만…
      먼지쌓인 장비들만…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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