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13] 어른의 생일날

By | 2014년 9월 15일

초등학교 3학년때 일이다. 그날은 아버지의 생신날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가장의 생일날에는 집에서 음식이 집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라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러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갔다.

점심시간이 되니 도시락이 없던 나는 다른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친구들도 도시락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학교 근처의 고구마 밭으로 갔다. 이미 고구마를 수확하고 나서 벌겋게 황토흙만 고랑과 이랑이 제대로 구별이 안되는 모양의 밭이었다. 고구마를 이미 캐버렸으니 밭이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친구들과 함께 고구마를 찾아서 캐먹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익힌 고구마도 아니고 생고구마를 그것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그저 흙을 털어낸 후 껍찔을 앞니로 벗긴 후에 먹었다.

오후가 되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가장의 생일에 아이들이 굶어야 하는지. 집에서 가서 엄마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그만 몇십년이 지나버렸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물어 봤지만 어머니는 기억도 하지 못했고, “왜 그랬을까?”라고만 하셨다.

짐작컨데 그 일 얼마전에 어머니가 누군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한번 행동한 것은 아니었을까?하고 짐작만 해 본 것이다. 김약방네 둘째아들이 아버지 생신날 쫄딱 굶었던 일은 그리 슬픈일은 아니지만 많은 의구심이 남는 사건이었다. 말도 안되는 미신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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