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에게 추억을 묻는다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딱지치기”와 “구슬치기”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이다. 당연히 나에게도 추억이다.
우리집은 다른집에 비하여 종이가 많았다. 신문지도 많았고, 약방에서 약과 관련된 종이나 약박스도 많았다. 당연히 나는 많은 딱지를 갖고 있었다. 구슬도 많았다. 일단 문구점에서 산 구슬이 많았다.
언젠가 아이들이 딱지와 구슬을 함께 모으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제안을 받아 들였다. 큰 박스에 딱지와 구슬이 모아졌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할 때면 각자 자신의 구슬을 박스에서 꺼내가서 놀고나서, 놀이가 끝나면 다시 모으는 그런 식이었다. 일종의 공동관리시스템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이 체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각자가 자신의 몫이 더 많다고 말하면서 부터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박스에 보관하는 일을 맡은 내가 빼돌린 것이 되고 만다. 결국은 함께 모으자고 제안했던 그 공동관리방식은 깨지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나의 딱지와 구슬이 가장 많았는데 결국은 많은 손실을 입고 말았다. 좋은 딱지와 구슬을 많이 잃어버린 셈이다. 아마도 이 때부터 함께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부분에서 지금도 같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